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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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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서운 꿈을 꿨다.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나서 온나라가 뒤숭숭했다. 사건이 일어난 다음 날, 나에게 상자 하나가 배달되었는데 안에는 피해자의 시신이 들어있었다. 너무 무서워서 112에 전화를 걸어 설명을 하는 도중 배터리가 다 되었는지 전화가 끊어졌다. 불안에 떨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잠에서 깼다. 새벽 세시 반... 캄캄하고 조용했다. 아무도 깨어있지 않은 게 당연하겠지...? 예전 같았으면 온 방에 불을 켜놓고 한참을 떨다가 잤겠지만... 이번엔 그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좋은 생각만 하면서, 다시 잠들었을 때 그 꿈을 이어서 꾸지 않기만을 바랐다. 세시간쯤 뒤에 일어났을 땐 의외로 개운했고, 오래 뒤척이지 않고 금방 잠들었다는 게 어쩐지 신기했다.

2. 나는 내가 대학에 입학한 이후 거의 내 힘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년 5월부터 자취방을 구해 살기 시작한 뒤로, 기숙사에 살던 때와는 전혀 다르다는걸 느낀다. 학교 다닐 때도 내 용돈은 내가 벌어서 쓰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집에서는 돈을 거의 받아쓰지 않았지만, 사실 용돈과 식비 외의 '생활비'에 대한 부담은 거의 없었다. 
 지금은 내가 먹고 자고, 일상생활을 하려면 거기에 들어가는 돈을 내가 직접 벌지 않으면 안된다. 하다못해 비누, 휴지, 물 등 소소한 것까지, 내가 생활하는 모든 것이 곧 돈이다. 엄마가 전기세 타령을 하며 컴퓨터 하는 시간 좀 줄이라고 잔소리 하는게 그렇게 싫었는데, 쓰는 족족 그대로 나에게 고지서가 날아오는 지금은 조심스러워진다. 핸드폰 요금을 엄마가 내줄 때는 왜 이렇게 많이 나왔냐며 (최고 13만원까지;) 타박할 때 '알았어 미안해, 앞으로 내가 낼게.' 하면서 몇 년을 뻔뻔하게 버텼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내가 내면서부터는 무의식적인 소비의 무서움, 이랄까 그런게 느껴진다. 동생과 함께 살면서 경제적인 부담을 좀 더 지게되니, 그동안 자식이라는 이유로 엄마에게 당연한 것 마냥 요구해왔던 게 얼마나 철없는 행동이었는지, 새삼. 내가 나 하나 이끌어간다는게 정말 쉽지 않구나. 경제적인 측면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는 더욱 더 그렇다.

3. 좋아하는 작가의 낭독회에 초청되었다. 기쁘고 설렌다. 이번에 출간된 신작과, 데뷔작 두 권 모두에 싸인 받고 싶어서 챙겨왔다. 덕분에 오늘 하루 일하는게 크게 힘들진 않을 것 같다. 기대할 것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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