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할 것이 있다는 건 즐거운 일. 친구와의 저녁약속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그리 괴롭지 않았다. 어디서 무엇을 먹을까, 어떤 카페에 데려갈까 고민하는 건 재밌었고. 내가 어떤 상황, 기분에 놓여있든지 만남이 부담스럽지 않고 늘 반가운 사람은 흔치 않은 것 같다. 나와의 대화가 편안하다고 말해줘서 기뻤고... 짧은 시간이 아쉬웠지만 다음에 또 보면 되니까!
고향집에 다녀온 날엔 잠들기 전에 뭔가 침울해진다. 나만 이런 줄 알았는데 내 동생도 이렇다니. 새삼, 혼자 살지 않는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제 저녁엔 정말정말 집에 다시 가고 싶었고 어제 아침엔 너무 허전해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나 그냥 여기 다 정리하고 집에 가서 살면 안될까? 하는 생각. 그래도 뭐. 내가 고향에서 취직하거나 우리집이 서울로 아예 이사오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겠지. 양쪽 다 별로 가능성이 없어보인다. 그러니 어쩌겠어, 잘 살아야지. 사실 같이 살면 지금처럼 가족을 애틋하게 느끼진 않을거야 아마.
내가 상대방에게 힘들다는 말도 하지 않고 우울해하지도 않았는데도, 느닷없이 나에게 '힘내, 잘될거야.'라는 말을 하면 의아해진다. 나한테 왜 그런 말을 하는걸까. 정말 내가 걱정이 되어서일수도 있고, 그냥 '다음에 밥 한 번 먹자.'처럼 대화의 공백을 메꾸는 빈말이라 생각하고 넘기면 될 것을 내가 너무 예민한건가. 그냥 나대로 살고 있는데 갑자기 '힘내.'라며 뭔가 내가 힘을 내야만 하는 상황인것처럼 말하면 오히려 기운이 빠진다. 오늘따라 이런 생각이 계속 들어서 친구에게 말했더니, 문득 내가 예전에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누군가의 힘내라는 한 마디가 정말 힘이 되는 것 같아.'라고 말한게 기억난댄다. 그래서 자기는 힘들어 하는 친구가 있으면 더욱 더 진심을 담아서 '힘내'라고 말하곤 했다고. 그 말을 듣고 난 대체 뭐하는 앤가 하고 패닉에 빠졌다 ㅎㅎ 이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