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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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존경심이 이렇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저절로 생겨난 적은 없는 것 같다. 우선 그 시대에 여성이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배움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고, 어떻게든 더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쓴 것에 존경을 느낀다. 단지 '영부인'으로만 기억하기에는 아쉬울만큼 대단한 분인 것 같다. 신념이 투철하고 도덕성이 뛰어난 두 분이 만나 한 평생을 민주주의를 위해 애써주신 것은 진정 감사한 일이다. 나에겐 대통령에 당선되신 이후부터의 모습에 더 많은 인상이 남아있었는데, 그 이전의 삶에 대해 이제서야 소상히 알게 되어 부끄럽고 다행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형선고를 받은 후 최후진술을 하는 부분에서는 울컥해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 긴 세월동안 독재정권의 적으로 낙인찍혀 숱한 고통과 죽을 고비를 겪으면서도, 민주주의를 위해 타협이나 굴복의 길을 택하지 않으셨다는게 놀랍다. 이게 정말 한 사람이 일생에서 감당할 수 있는 고난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불행한 시대적 상황때문에 몇 번이나 뜻을 꺾을 수 밖에 없었지만, 늦게라도 대통령에 당선되어 여러가지 업적을 남기고 가실 수 있었던 것은 당신 자신보다도 대한민국에 더 다행스러운 일이다. 눈에 보이는 업적들보다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의 인품이나 신념같은 내면적 가치에 진심으로 존경과 감동을 느낀다. 이런 분들이 있어서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권력에 대한 욕심으로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사람들을 무수히 죽인 인물이 있는 반면, 한평생 불의에 저항하며 고난의 길을 가는 것을 스스로 택한 이런 분도 있다. 앞서 언급한 이들은 살아서 영화를 누렸을지는 몰라도 죽어서는 결코 편히 쉴 수가 없을 것이다.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오다가도 결국엔 일신의 안위를 위해 야합을 하고, 더 나이가 들어서는 망발을 일삼는 인물도 있다. 그릇부터가 다른 인물이라 더이상 비난할 필요도 못 느낀다. 자신은 똑같은 전직 대통령이라 생각할지 몰라도, 국민과 역사가 오래도록 기억해 줄 대통령은 아마도 따로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도 민주주의가 서서히 자리잡아 가다가 다시 그 10년을 '잃어버린' 지금, 나와 같은 평범한 시민들의 의식개선과, 사람 볼 줄 아는 눈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마지막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편안히 쉬고 계시길 바라고 이희호 여사님의 건강과 행복을 빈다.
“나에게는 원대한 꿈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 땅에 참된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나는 당신을 필요로 하며 나와 아이들을 돌보아주기를 바랍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동행>, 69쪽.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에게 청혼하면서)
"...나는 공동 피고 여러분께 유언을 남기고 싶습니다. 내 판단으로는 머지않아 반드시 민주주의가 회복될 것입니다. 그때가 되거든 먼저 죽어간 나를 위해서든, 또 다른 누구를 위해서든 정치적인 보복이 이 땅에서 행해지지 않도록 부탁하고 싶습니다. 내 마지막 남은 소망이기도 하고 또 하느님의 이름으로 하는 내 마지막 유언입니다." (<동행>, 215쪽. 1980년 5.18운동의 배후로 몰렸던 '김대중내란음모사건' 당시 법정에서 사형이 구형된 후 1시간 48분간 담담하고 의연하게 최후진술을 했다고 한다.)
"길고 험한 고난의 길이었지만 남편과 한 몸이 되어 서로 믿고 의지하며 굳건히 잘 걸어온 날들이었다. 남편의 평생 소원인 한민족의 평화가 빨리 정착되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또한 나의 지극한 염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이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받으면서 그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대한민국이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고 보듬어 안아주는 따뜻한 사회가 되기를." (<동행>, 3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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