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일기

0308


- 아침에 버스를 타면 운 나쁘게도 '라디오 연설'을 듣게 될 때가 있다. 지난번에는 바로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어서 용케 피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하필 아이팟 배터리가 다 된 상태였다. 만원버스에 꼼짝없이 갇혀서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정말 입에서 욕이 튀어나올 것아서 참느라 힘들었당... 이게 Gloomy Monday의 시작이었나봐!

- 뭐 때문인지, 단기알바를 뽑아서 시키기로 했던 일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하라면 하는 수 밖에 없긴 한데... 정말. 폭발직전. 오늘 새삼 느낀 점은... 어떤 경우엔, 남들보다 일을 빨리, 열심히 할 필요가 절대 없다는 거다. 칭찬, 보람, 이런거 절대 없고 그냥 남들보다 일 많이 하게 되는 것 뿐. 탱자탱자 놀면서 대충 자기 몫만 채우는게 현명한건지 암튼 정말. 여긴 어디? 난 누구??...... 나 몇 달째 뭘하고 있는건지. 관두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 끝까지 차올랐고,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가 감당해야 할 많은 ₩... 어쩔 수 없구나. 집에 돌아오는 길은 지루하고 복잡하고. 오랜만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얘길 했는데 엄마는 또 동생의 안부를 묻는다. ㅇㅇ이는? 요즘 잘 지내? 기분은 좀 괜찮대? ... 평소에는 별 생각없이 들었는데 끊고나니 음... 나도 힘들어서 전화한건데. 내가 먼저 그런 소리 안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도. 나도 좀 물어봐주지... 괜히 어린애같은 기분이 들면서 서글퍼졌지만 눈물을 꾹꾹 눌러 담았다. 버스에 앉아서 오는데도 현기증이 났다.
 방에 들어와서 보일러에 온수 버튼을 누르고 설거지를 하는데 손이 너무 시려웠다. 다시 보일러 화면을 보니 보일러 작동이 안된다. ㅇㅇ이가 망가뜨렸나? (집에 뭐만 안되면 맨날 하는 생각 ㅋ) 내가 가스비를 좀 늦게 내서 끊겼나? 벌써?... 암튼 귀찮아서 주인집에 물어볼 생각은 안 하고 일단 찬물로 겨우 설거지를 다 했다. 배가 너무 고파서 얼른 밥을 하려고 쌀자루를 들여다보니, 쌀이 다 되가는걸 깜빡하고 있었다. 겨우 두 컵 남았네... 진작 주문할걸. 근데 순간 오늘 하루종일 기분이 안 좋았던게 확 몰려오면서 눈물이 왈칵 났다. 알바 하기도 싫고. 세금이든 쌀이든 이런 살림살이 다 내가 알아서 해야하는 것도 너무 싫고. 독립해서 사는게 이렇게 지긋지긋한건지 정말 몰랐다. 다 너무 싫어서 그냥 앉아서 엉엉 울었다. 몇 분쯤 울다가 다시 보일러랑 그 주변을 살펴보니 차단기가 내려가 있었다. 올리고 보일러를 켜니 작동됐다. 다행인데 내가 참 바보같아서 또 울다가 그래도 배는 고파서 울면서 쌀을 씻었다. 그리고 계란후라이하고 두부 굽고 김 자르고 하다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밥을 맛있게 먹었다. 난 정말 미쳤나봐...!!


- 요즘 ㅌㄹㅌ를 이용하면서 다시 티비덕후가 되어가고 있다. 남들 한창 열광할 때 시큰둥 하다가 뒤늦게 보게 된 권가인커플은, 귀엽고 유쾌해서 참 좋다. 요즘 헬스장에서 런닝머신 뛰면서 보는 '부모님 전상서'도 좋고. 아리는 참 철없는 캐릭터 같으면서도 매력있다. 자기가 원하는 것, 서운한 것을 밉지않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말을 왜곡없이 받아들일줄 아는게 사랑스럽다. 저런 여자라면 누구한테 미움받을 일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 점점 식어가던 지붕킥도.. 준혁학생 에피소드가 나오면 재밌다. 소년의 첫사랑... 모 그런거? 보는 사람까지도 설레게 만드는듯.

- 예전엔 뉴스를 통해 끔찍한 사건을 접하게 되면, 누군가가 '죽었다'라는 사실 자체가 슬펐는데, 이제는 그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지가 자꾸 생각나서 가슴이 아프다. 정말 이상한 세상이다...

- 그저께 밤에 꾼 꿈엔 아빠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집에 함께 있었다. 몇 년전엔, 이런 꿈을 꾸게 되면 꿈속에서도 믿기지가 않아서 "진짜야? 진짜지?" 하면서 몇 번이나 아빠에게 묻곤 했는데. 아, 역시 아니었구나. 아빠가 돌아가신게 아니었어, 하면서 기뻐하다가 잠에서 깨어 가슴 아프던 일이 여러 번. 이제는 그냥... 꿈인지 현실인지 그건 중요하지가 않은 것 같다. 그렇게라도 모습을 한 번 더 볼 수 있다는 것... 아빠가 계셨다면, 나와의 사이는 지금쯤 어땠을지 가끔 상상해본다. 나와 엄마의 사이가 미묘하게 변했듯 아빠와도 그랬을지 모르지. 어쩌면 이제는 아빠의 고민을 들어줄 수도 있을지도 모르는데... 아니면 엄마에게 그랬듯, 내 마음속 얘기를 조금은 털어놓을 수도 있었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옅어지나 했는데, 아빠가 함께 있던 시절과 멀어질수록 더 그리워진다.

'일상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0311  (0) 2010.03.11
0304  (0) 2010.03.04
0218  (0) 2010.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