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최근 몇 년간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 중에서 언니와 관련된 부분만 떠오르기 시작했어. 다른 세상은 모두 흑백으로 변하고 언니와 공유한 소소한 기억들만 눈앞에 보이더라... 생각해보면 나는 얼마나, 남에게 정을 받기만 하고 주지는 못하는 사람이었던가 싶어. 나 하나 챙기는데 급급해서, 한 번도 제대로 손 잡아주지 못했던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슬퍼하며 눈물 흘릴 자격이 있을까. 부끄럽고, 미안하고... 무서워.
- 그냥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하루하루가 가는게 싫어. 세상은 자꾸 변해가는데 나만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 같다. 취직 문제가 크긴 하지만, 애초에 뭔가 삶에 대한 의지를 잃어가고 있는 느낌. 눈 떠지면 일어나고, 배고프면 밥 먹고, 내게 주어진 8시간을 꾸역꾸역 채우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눈을 붙인다. 숨을 쉬고 있다고 다 사는 건 아니다. 뭘해도 마음이 허전해... 잠시 재미를 붙여 열중하던 뜨개질도 결국 기한내에 완성을 못 했고, 분수에 맞지 않게 마련한 디카는 방에 덩그러니 놓여있기만 하네.. 아무것도 재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