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다른 의미는 없고 그냥 내가 '사랑니'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
오랜만에 정이현의 단편집 '오늘의 거짓말'을 읽고 있다. 예전에 비하면 정이현에 대한 파슨심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다. 특히 초기의 단편을 읽을 때면, 아.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다. 가장 좋아하는 '삼풍백화점'은 2년전에 처음 읽었을 때도 좋았지만 오늘 읽으니 마음이 더 짜릿짜릿하다. '문학과 사랑'이라는 교양과목에서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주제로 수업을 한 적이 있는데, 그 계기로 정이현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후 언젠가,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현대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정이현 삼풍백화점'이라고 크게 쓰여 있는 것을 보고 바로 집어들었더랬지.
어쨌든,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요즘 다시 읽고 싶어져서 꺼내봤다. 이번 학기 내내 진행되던 조별 과제도 거의 마무리 되었고, 모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빈둥대던 오후였다. 지금 내가 '삼풍백화점'의 주인공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어서인지, 나른한 상태로 책을 휘휘 넘기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5살 때 교회에 딸린 유치원에 처음 들어간 이후로 줄곧 어딘가에 소속되어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오다가, 지금 난 드디어 그 제도권에서 내던져지기 직전에 와 있다. '노력하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될 수 있으리라 믿었으므로 당연히, 아무 것도 되고 싶지 않았다.'
내가 국민학교 3학년이던 1995년의 일이지만, 13년이 지난 지금과 거의 다를 것이 없는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그저 백수가 되고 싶지 않아 '자소설'을 써서 내기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내가 지어낸 거짓말에 마취되어 버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 곳이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도 몰랐지만 오늘 그 곳은 내가 평생 꿈꿔오던 직장으로 둔갑해 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뭘 해도 안 된다는 걸 지금은 알아버렸으니 오히려 다행인가. '취집'을 한번쯤 생각해본다는 요즘 여자들처럼 '삼풍백화점'의 주인공도 차선책으로 맞선을 보기도 한다. 내 경우에는 별로 공감이 안 가는 길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 때나 지금이나 취업시장으로 내몰린 20대 중반의 여자의 모습이 별 다를 게 없어서 내심 씁쓸해졌다. '장래희망'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에는 한참을 지나버린 나이라 슬퍼진다. 이제는 장래희망이 아니라 바로 당장, 오늘과 내일의 일이구나. 사실 아직도 난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조차 감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내뱉는 것이 두려워진다. 하지만 스스로를 너무 재촉하진 말자.
바뀐 글쓰기 창에서 쓰니 딜레이가 안 생기는구나. 진작 일루 와서 쓸걸. 느려터진 입력 속도가 짜증나서 늘 메모장에다가 써서 붙여넣곤 했는데, 이젠 안 그래도 되겠다. 어젠 워드2007에서 레포트를 쓰는데 뭐 완전 버벅버버버버벅버벅... 컴을 깨부수고 싶었다 정말. 하지만 그랬다간 내가 하루종일 방에서 할 일이 없으므로...; 한게임 테트리스도 같은 증상 때문에 잘 안되고. 얼른 내다버리고 집에 가서 더 나은 컴으로 신나게 해야지. 그나저나 짐 어떻게 뺄 지 정말 고민이다. 직접 운전해서는 집에서부터 반경 100km 이상 벗어나본 적이 없는 엄마라 뭐... 들고오면 안되냐고 하는데 내 손이 네 개 정도면 가능 할 것 같기도 하다. 주변에 맡길 곳도 없고. 만약 동생이 택배로 컴을 부쳤다가 개망한 사건이 없었다면 아마 난 이번에 택배로 부쳤겠지. 천만다행이다. 미얀 ㅎㅎㅎ
며칠전에 여학생 휴게실에서 '아기와 나'를 읽었는데. 우왕. 백번을 읽어도 정말 최고다. 시간이 없어서 대충 11권부터 골라들고 읽었는데, 마침 타쿠야네 엄마와 아빠의 러브스토리. 근데 정말 타쿠야 미노루 말고는 캐릭터 원래 이름이 생각이 하나도 안 나네; 엄마 이름도 보영씨가 딱인데, 흑흑. 암튼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정말 으아. 가슴이 먹먹해진다. 내가 다 막 설레다가, 슬프다가. 이 부분 보면서 눈물 막 글썽 했는데 마지막권에서는 후앙.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이 내가 우는거 볼까봐 정말 곤란했다 ㅋㅋ 집에 1,2 권인가? 밖에 없는데 15권까지 다 모아야지. 근데 요샌 만화책 값도 많이 올라서..; 킹.
한게임 플래쉬는 정말 재밌다. 만약 나처럼 하루종일 심심한데 책은 읽기 싫고 티비는 없고, 아무 생각 없이 시간 때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한게임 플래쉬에서 여러 게임을 번갈아 해보길 권한다. 와일드 슈터 같은 슈팅 게임도 재밌고, 보드/퍼즐 카테고리에도 재미있는 게임이 꽤 많다. 맨날 세자리 수 순위에 머무르다가, 역시 계속 하면 느는지 오늘은 상위권에 많이 들었다 으하하. 내일은 다시 월요일. 그리고 12월의 첫날이다. 한 살 더 먹기까지 딱 한 달이 남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