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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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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삼각김밥은 소고기 고추장이 최고다. 이런 양념에 밥 비벼 먹으면 짱 맛있겠다. 흑흑. 매운 음식 먹고 싶다. 신떡이랑, 매운 우동, 나*리 쫄면, 지금은 없어진 명동 레드꼬 불닭, 엄마가 해주는 비빔국수. 배고프네.

 솔직히 말해서, 머리도 안 감고 세수만 대충 쓱쓱하고는 100% 맨얼굴로 학교에 갈 때가 가끔 있다. 방에서 입던 후드티에, 츄리닝 바지만 청바지로 갈아입고 대충 잡히는 잠바를 걸치고. (주로 수업시간 40분전에 일어난 날.) 이런 날엔 제발제발 아무도 안 마주치고 조용히 강의실 뒷자리에서 머릿수만 채우고 앉아 있다 오고 싶은데,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단 말이지. 꼭 이런 꼬라지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사람만 자꾸 마주친다, 제길. 언제나 긴장 게이지 50 이상은 채우고 다녀야 하는건지. 사실 '넌 꾸미나 안 꾸미나 365일 구려'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 지 모르지만 (죽는다 ㅎㅎㅎㅎ) 어쨌든 신경을 마이 안 쓴 날은 스스로 자신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 일어나면 자동으로 착착 옷 입혀주고 얼굴 들이대면 척척 메이크업이 되는 기계가 있으면 참 좋겠다. 귀찮아.

 속이 배배 꼬인 것 같다. 그 날 그 날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요즘은 늘 그렇다. 아니, 요즘이 아니라 나는 '늘'인가? 가끔씩, 평소에 내가 아주 좋아하던 사람들까지 포함한 '모든 사람'이 지긋지긋해질 때가 있다. 괜히 단점만 보이고, 못된 소리 해서 속 긁고 싶고, 생각만 해도 짜증나고. 그럴 땐 괜히 남의 마음 할퀴지 말고 조용히 잠을 청해야 한다. 근데 이건 정말 정신병 수준 아닌가? 내 안에서 뭔가 폭발해서 이상한 짓을 저질러 버릴까봐 겁난다.

 세상엔 알고 싶은 것도 많지만 어쩌면 알고 싶지 않은 것이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그럴 수 있지, 하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누군가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뭔가 인간 전체에 대한 혐오감과 함께 메스꺼움을 느낀다. 사람이 더러운 것을 보고 역겨움을 느끼는 건 역설적으로 누구나 자기 안에 쓰레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네멋대로 해라'의 전경이 말했다. 괜히 쿨한 척 하며 명대사 만들어 내보려는 작가의 꼼수 같기도 하지만, 내 경우에 적용해보자면 별로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상대방을 통해 내 위선이나 부도덕함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에 더 꺼려하는 건지도. 그래도, 어쨌든. 대충 짐작만 하는 것과 실제로 들어서 아는 것은 전혀 다르므로, 여전히 나에겐 영원히 알고 싶지 않은 것이 많다.

 모든 일에 덤덤해지고 싶다. 그렇게 해서 슬픔이나 상실감, 아픔 따위가 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면, 행복이나 기쁨 또한 반으로 줄어버리더라도 그쯤은 감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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