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바빴던 하루. 수능 성적표가 나왔다. 미친듯이 걸려오는 전화들ㅜ 나는 늘 이 맘때가 되면 5년전 12월 14일이 떠오른다. 수능 성적표가 나오기 바로 전 날이었는데 나는 호주 갔다온 여자의 전화를 받고 밤 12시에 급외출을 했다. 부모님께서 집을 비우셨으니 당장 와서 놀자며 ㅎㅎ 약간의 해방감?을 맛보고 싶었는지 우리는 소주를 한 병 사기로 했다. 자기네 동네니까 위험하다며 나를 대신 슈퍼로 보낸 내 친구...ㅜㅜ 나는 외견상으로는 매우 성실한 학생에 가까웠으므로 (넌 얼굴만 보면 전국 1% 모범생이야.. 라고 했던 대학동기가 생각난다.. 주겨버려 ㅜ) 슈퍼아저씨는 내가 아빠 심부름을 온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기꺼이 소주를 내주셨다.. 재송.. 암튼 우리는 그 날 과자나부랭이를 안주삼아 홀짝홀짝 마시다가 나중에는 콜라가 안주가 되는 등... 청승을 떨었더랬다.. 별 날도 아닌데 날짜까지 안 까먹고 참 웃겨 ㅋ 더 웃긴게 그 2년 뒤 12월 14일에 호주로 떠나는 얘를 배웅하기 위해 공항까지 나갔고 또 1년뒤에는 호주에서 돌아온 얘와의 첫 재회(?)ㅡ.ㅡ 이 사실을 친구에게 말했더니 그 우연을 신기해하기보다 그걸 기억하고 있는 나를 징그러워했다..... 암튼.. 겨울은 춥다...
다른 사람의 일기를 엿보는 건 재밌다. 물론 비밀 일기 말고..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쓰는 일기. 그중에서도.. 자기 속에 있는 얘기, 일상에서 겪은 얘기들을 비교적 가감없이 쓴 글이 재밌다. 서점에 깔린 에세이들을 읽어봐도 그렇고.... 아무리 문장을 잘 써도, '자기 얘기'가 쏙 빠진 글은 어쩐지 마음이 안 간다. 남이 한 얘기, 티비에서 본 얘기, 책에서 읽은 얘기만을 엮고 엮어서 그럴 듯하게 쓴 글은 아무래도... 그냥 글자만 읽는 느낌. 그래서 난 ㄹ씨의 홈페이지를 좋아하고 그녀가 좋아한다는 밴드 리더의 일기도 좋아한다.
아.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인가, 싶다. 사람이라면 조금은 그런 성향이 있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바로 꼴불견이 되는 것... 아가씨는 실험같은거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이라며 끝까지 무식한 소리를 하던 그 약사는 참 안쓰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