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이 과도한 시위진압으로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정부가 어청수 경찰청장에게 경고를 줄 것을 권고했다. 진압작전 지휘의 책임을 물어 서울 지방경찰청 소속 기동본부장과 4기동단장을 징계할 것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 3개월의 조사에서, 경찰과 시민 측의 진술을 참고하여 130여 건의 사례 중 명백한 증거가 있는 것만을 엄정히 가려내었다고 한다.
지난 5월부터 수개월간,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일반 시민들은 온라인 상의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촛불집회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표출하려 했다. 열린 토론과 소통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시민들의 적극적인 의사표현에 대해 정부는 철저히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수평적인 쌍방향 소통은커녕 수직적인 일방향 소통을 추구했고, 존재하지도 않는 배후를 들먹거리며 색깔론까지 끌어들였다. 아무리 허가 없이 진행된 야간집회라고 해도, 비폭력 평화 시위를 추구하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방패로 내리찍고 군홧발로 짓밟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정부와 경찰의 이 같은 대응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관련된 논란을 더욱더 격렬한 방향으로 몰고 갔다.
이번 인권위의 권고에 앞서 국제 앰네스티(AI)가 10월 초 촛불집회에 대한 공식 보고서를 통해 경찰의 강경 진압이 집회 참가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의견을 발표한 적이 있다. AI는 이 보고서에서, “경찰의 공권력 집행과 관련한 인권침해 주장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즉각적으로 실시해 관련 가해자들의 책임을 묻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모든 시민이 구금의 두려움 없이 평화롭게 집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라”라고 우리 정부에 권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AI의 보고서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결여했다며 이 같은 의견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심지어 경찰청 외사국 관계자의 입에서 ‘건방진 일개 시민단체’라며 AI를 폄하하는 발언까지 나왔다. AI는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 할 만큼 세계적으로 높은 지지와 신뢰를 얻고 있는 국제적인 인권단체다. 이 같은 경찰 관계자의 발언은 우리 경찰의 인권에 대한 의식이 어느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인권위의 보고서에 대한 경찰과 정부의 대응 또한 AI의 권고 때와 다를 바 없다.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였다는 변함없는 주장과 함께, 일부 보수세력 측에서는 인권위의 정치적 편향성을 들먹이며 인권위의 존재 자체를 흔드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인권위가 편향적인 조사를 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 인권위는 본래부터가 공권력에 의한 일반 시민들의 인권 침해 사례를 가려내고자 존재하는 기관이다. 집회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의 폭력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경찰의 과잉진압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참가자들을 처벌하기에 앞서, 경찰이 폭력을 사용한 강경진압으로 일반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책임자들을 징계해야 할 것이다.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하나인 것은 두 번 듣고 한 번 말하라는 뜻이다.’라는 말이 있다. 최근, 라디오를 통해 국민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려고 한다는 정부는, 귀를 막은 채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광화문 거리에 컨테이너를 쌓아서 시민들의 행렬을 막으려 했던 이른바 ‘명박산성’ 사태를 돌이켜 봤을 때, 정부가 국민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하려면 갈 길이 아직 멀어 보인다. 정부는 이번 인권위의 결정을 겸허한 태도로 수용하고, 경찰은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나기 위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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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커뮤니케이션' 과제로 매주 의견 기사를 하나씩 쓰고 있다. 민망할만큼 비루한; 글이지만 글을 써서 혼자만 읽고 마는 것 보다는 여러 사람이 보는 곳에 올리는 것이 좋다기에 매주 올리기로 했다. 교수님한테 '이런 글은 다듬으면 무난한 글이 되겠지만, 기자가 되려면 단순한 인용이나 상황 전달 이상의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지적을 들었다. 또 처음에 제목이 너무 뻔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 글을 다 써놓고 제목을 못 지어서 고민하다가 대충 떠오르는 걸 적었는데 너무 안일했던 듯. 그리고 같은 학생한테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건지 '인권위'의 결정을 따르라는 건지 오락가락한다는 지적도 들었는데 둘 다라고 답변은 했지만 참 산만한게 사실이다. 그점에서 참 못 쓴 글 같다 ㅜ 반성하고 노력합시다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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