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좌편향 역사 교과서’에 관련된 논란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일부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들이 편향되어있다며 ‘수정 권고안’을 발표한 것이다. 말이 ‘권고’지 ‘반드시 수정하도록 하겠다.’라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요구’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보수언론과 뉴라이트 계열의 단체에서 ‘법대로 하라’, ‘검정 취소하라’와 같은 협박성 발언까지 나오고 있으니 마치 군부독재 시절의 교육 정책을 보고 있는 듯 하다. 언론을 장악하고 인터넷을 통제하는 것도 모자라 이명박 정권의 ‘넘치는 개혁 의지’가 교육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수정 권고안에 포함된 55가지 사항의 대부분은 문구나 단어의 사소한 수정에 관한 것들이어서 ‘좌편향 논란’이 무색해질 정도다. 그간 ‘교과서 포럼’ 등의 뉴라이트 계열의 단체가 끊임없이 주장해 온 것들에다 사소한 첨삭사항 몇 가지를 얹어 열흘 만에 졸속적으로 수정안이 나온 것이다. 거기에 한술 더 떠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10일 각 학교 교장과 운영위원들을 모아놓고 좌편향적인 역사교과서를 채택해서는 안된다며 압박을 주기까지 했다. 시작부터 좌편향으로 점찍어 놓고 이에 대한 근거를 애써 찾아내서는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 노력하는 모습이 딱해 보이기까지 한다.
교과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금성출판사의 역사 교과서 집필진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수정 권고안을 거부하겠다며 완강한 태도로 맞섰다. 교과서 검인정 체제는 권력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로 교과서를 만들지 못하도록 하고, 최대한 다양한 관점과 방식을 적용해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렇기 때문에 교과부의 수정 권고안은 검인정 체제를 뒤흔드는 월권행위라고밖에 할 수 없다. 국내외의 저명한 역사학자들과 역사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까지 나서서 정부의 역사 교과서 수정을 저지하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역사 교과서의 ‘좌편향’을 주장하는 이들의 교육관을 살펴보면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라는 느낌이 든다. 역사 교육은 국가의 정통성을 세우는 것이어야 하고, 학생들의 국가에 대한 자긍심과 일체감을 길러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들이 지적한 일부 교과서들은 이러한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광복 직후 한반도가 미국과 소련에 의해 분할통치 되고 분단이 되는 지경까지 이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완전한 독립이었다면 우리 민족이 원하는 대로 국가를 세우고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지내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를 지적했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깎아 내렸다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비판할 만한 부분은 최대한 가리고 미화시켜 학생들을 세뇌시키는 것이 진정한 역사 교육이라는 말인가. 역사를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서술하여 배울만한 점은 본받고, 부끄러운 점은 비판하여 앞으로는 지난 날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까지 나서서 교과서 수정의 타당성과 이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강조하고, 보수성향의 121개 단체들이 모여 ‘反대한민국교과서추방 시민연대’를 발족하는 등 논란은 금방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역사교육조차 자신들의 코드대로 할 생각으로 보이지만, 누구도 자신들의 의도와 목적에 맞게 역사를 재구성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나라에는 ‘과거’가 존재하지 않게 됨은 물론, 현재도, 미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문제 삼은 역사교과서가 비뚤어진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눈이 비뚤어진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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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질삐질 쓰고나서 읽어보면 언제나 유치하다는 느낌이 든다;
언제쯤 내 글을 다시 읽으며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게 될까.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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