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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기

1107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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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예뻐서 탕웨이.)

 초딩 때 늘 선생님(들)께선 일기는 한 가지 주제로 쓰라고 하셨지만 내 일기에는 주제가 없다. (호호) 세상에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데 일기 하나만은 좀 맘대로 합시다 ㅇㅇ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예전에 자주 듣던 노래들을 끄집어 내서 듣고 앉아있다가 새벽 네 시가 되어서야 잠들었다. 수요일엔 1시 반 수업이 전부라서, 12시쯤까지 느긋하게 자다가 삐질삐질(?) 학교에 갔다.

 야매(→순화가 필요ㅇㅇ) 조장인 나 때문에 한참을 제자리 걸음만 하던 프로젝트가 오랜만에 다시 진행됐다. 아무래도 난 리더 체질은 아닌가보다. 뭐 리더로서의 자질은 계발하면 되는 거라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난 별로 리더로 살고 싶진 않다. 앞으론 웬만하면 리더는 안 맡도록 해야지. 그게 나한테도 남한테도 좋은 일일 것 같다.

 그나저나 이번 *ELP2 과제가 '글로벌 리더로서의 필요역량을 다섯 가지 정하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계획세우기' 인데, 정말 누가 88계단에 락카로 낙서질 해놓은 것 처럼, F**king *ELP다. 난 글로벌 리더 따윈 되고 싶지 않다고~ 하긴 학점 욕심으로 2학년 필수과목 신청해서 듣는 주제에 할 말은 없지만 ㅋㅋㅋ 과목 이름부터가 '리더십'이니까 뭐. 하지만 강제로 이 과목을 들어야 하는 07학번 이후의 후배들은 조금 안됐다. 상식을 쌓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도 좀 있긴 한데, 가끔은 자본주의, 서양, 세계화 등에 대한 지나친 낙관과 찬양이 보일 때가 있어서 불편하다.

 암튼 수업 끝나고 바로 기숙사로 가려고 하다가, 왠지 오늘은 그러기가 싫어서 학교를 괜히 뱅뱅 돌았다. 그러다, 또 읽기에 실패한 '눈 뜬 자들의 도시'를 반납하러 도서관으로 고고싱. 세번째잖아 벌써. '눈 먼 자들의 도시'는 무지 잘 읽었는데, 이건 어쩐 일인지 자꾸 안 읽게 된다. 지난 번엔 그래도 몇 챕터는 읽었던 것 같은데 이번엔 빌려놓고 처음 세 줄 읽었다; 예약한 사람도 있고 벌써 이틀이나 연체 되어서 할 수 없이 반납했지만, 언젠가는 꼭 읽고 말테야... 예약해놓고 까먹고 있었던 미야베 미유키의 '낙원'이 드디어! 들어왔다. 감사감사. 글쓰기나 공부에 관련된 책을 읽고 싶어서 찾다가 정희모의 '글쓰기 전략'을 발견. 서점에서 발견하고 눈여겨 봤던 정혜윤의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도 빌렸다. 기숙사로 바로 가면 분명 컴퓨터를 좀(?) 하다가, 이제 책 읽어야지, 하면서 침대로 뛰어들고는 십 분만에 잠들게 뻔했다. 열람실은 뭔가 숨막히고, 정문 앞 카페를 가자니 왠지 돈 아깝고, 결국 도서관 로비에 새로 생긴 휴게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꽤 읽고 싶어했던 정혜윤의 책을 먼저 펼쳤는데, 흠. 책을 엄청 좋아하고, 그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많이 만든 PD였다. 프롤로그의 제목이 '관능적인 여인이 책이었던 사람들, 그들 앞엔 어떤 앞날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요?' 였는데, 읽는 순간 '이게 뭔 소리야?' 했다. 읽어보면 분명 말이 되는 소리긴 한데 뭔가 찜찜하고 마음에 안 든다. '관능적인 여인이 책이었다'? '기다리고 있었던 것'? 아리송하다. 뭐 내 쓸데없는 트집일 수도 있겠지만 ㅋㅋ 근데 점점 읽어갈수록 이건 뭔가 아니다. 꼭 글을 잘 쓰는 사람만 책을 내란 법은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책을 쓸 때는 읽는 사람 생각도 좀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비문 투성이에, 한 문장을 여섯 줄씩 줄줄 늘여가며 배배 꼬아 놓으면 어쩌자는 건지. 읽다가 하도 숨차서 몇 문장 적어뒀다;

 책과 관련해 나에게 개인적으로 즐거운 기억은 우리 집의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코너에서 여름에 바다에서 쓰려고 사뒀지만 사실은 한 번도 쓰지 않은 새 고무보트를 발견해 고무로 된 노를 저으며 보트 속에 콕 박혀서 책을 읽던 일들이다.

 나중에 인디언 조의 황금을 동굴에서 꺼내 와 부자가 된 허클베리 핀이 양복과 넥타이를 풀어 던져버리고 다시 부랑자로 돌아가는 장면에서는 나 혼자 가만히 '허크! 나는 너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줄게."라고 되뇌기도 했는데, 세상의 외로운 아이의 단 하나 뿐인 진정한 벗이라는 모티브는 고등학교 때 더 강화되어 헤르만 헤세의 남자 주인공들을 진정하게 사랑하게 되었다.

 나도 글을 잘 쓰지 못하기 때문에 이 책을 까자니 좀 소심해지는데, 뭐 사람들이 2MB보다 정치 잘하고 강만수보다 경제에 빠삭해서 그네들을 욕하는 건 아니잖아?! 에헴.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책은 산만해지기 쉽기 때문에 인터뷰어의 역량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그런 점에서 김혜리 글 완소♥ 호호), 솔직히 이 책은 함량미달이다. 맘에 엄청 안 드는 책을 읽으면 꼭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없나 인터넷에 검색해보는데 (-_-).... 뭐 이건 호평이 더 많네. 쳇. 그 책을 읽고 감동받은 사람이나 저자의 주변인의 주변인의 주변인쯤 되는 사람이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뿔날까봐 약간 소심해진다; 어쨌든 난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고 있어도 그 형식이 엉망이면 소용 없다고 생각한다. 그 좋은 내용을 전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으니까. 책은 읽으라고 있는건데. 독자에게는 불편한 문장을 꾹 참으며 읽어야 할 의무가 없다.

 이번엔 정희모의 '글쓰기 전략'을 펼쳤다. 이 책 우왕 굳. 틈틈히 조금씩 메모해가며 읽었는데, 지루하지도 않고 머리 속에 쏙쏙 들어오는 게 좋았다. 요즘 과제로 정치 관련 칼럼을 쓰느라 머리가 아팠는데, 이 책에서 도움을 많이 받아야겠다. (그나저나 글감 찾으려고 기사 뒤지는데 나라 꼴이 이건 뭐; 한숨만 나온다.) 좋은 글 = 배경 지식 + 문장력 + 구성력.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지만 이건 꼭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다. 맨날 소설이나 인문학 서적만 읽었는데, 신문이랑 그동안 소홀히 했던 분야의 책도 많이 읽어야겠다. 그리고 문장력 & 구성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과 연습 ㅎㅎ

 책 읽다가, 메모하다가, 노래도 듣다가... 지루해질 때 쯤, 내 진로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아직 두 군데 정도 발표 안 난 곳이 있긴 하지만, 혹시라도! 붙는 곳이 있어도 다음 전형에는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다. 누가 내 이런 말을 듣고 미쳤다고 하던데, 뭐 그렇게 생각하라고 하고. 어쨌든 이제껏 취업 준비 하던건 싹 잊고 새로 시작할거다. 그냥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서, 내가 뭘 하고 싶은지부터 제대로 생각해봐야겠다. 내가 뭘 좋아하고 잘 하는지, 뭐가 되고 싶은지. 그리고 그걸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되는지 차근차근 따져보고 지금부터 시작하면 되는거다. 뭐가 되든지 간에, 일단 영어랑 글쓰기 공부는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당장부터 실행하려고 한다. 으히히히헣허히힣 ㅠ

 오늘 포스트 뭔가.. 남 까고, 내 일엔 의욕 넘치고. 좀 건방진가?  뭐 어때. 난 가끔 좀 건방져도 된다 ㅋㅋㅋㅋ 평소에 워낙 자신감이 없어서... 쩝. 암튼. 의욕만 앞서는 꼴불견이 되지 않도록 잘해라 응?! 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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