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든 생각. 사람들은 기득권자를 비판하기 좋아하지만 그가 가진 권력의 덕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알고보니 나쁜 사람은 아니더라, 라는 말은 비겁한 변명이다. 알고 봐서 나쁜 사람이 세상에 어디에 있을까. 요즘 8살 먹은 꼬마도 이름을 막 불러대는 그 분도 뭐 가까이서 보면 자식들에게 좋은 아버지고, 옆집 아저씨 같은 소탈한 면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뭐가 달라지나? 멀쩡한 강을 살린답시고 죽이고 있고, 언론을 자기 입맛대로 휘두르려 하고, 자신과 꼭 닮은 거짓말쟁이들을 주요 관직에 앉히려는 인물임은 변함이 없다. 시간이 지나고 자신의 위치가 달라지면서 생각에 융통성이 생기는 것은 좋지만, 기본적인 가치관과 신념만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변인들의 소소한 변화를 보면서, 이런 식으로 김문수 같은 386 운동권 세대들이 완벽한 한나라人으로 진화(?)하는구나 싶다.)
총리 후보라는 사람이 '정치자금을 빌려 준 대가로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국회의원에게 한다는 소리가 '그럼 저같이 가난한 사람은 정치도 하지 말라는 말입니까?'라니 머리가 나쁜건지 아니면 너무 똑똑해서 술수를 부리는건지 알 수가 없다. 청문회에서 다들 죄송죄송 그러기만 하는데, 장관이나 총리가 되면 얼마나 더 죄송한 짓을 하려고 그러시나.. (라는 댓글은 정말 촌철살인 ㅎ) 총리 후보의 형수가 청문회의 증인으로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 비난 투성이의 댓글 가운데, '저 교수님 제가 잘 아는데 나쁜 분 아니예요 음료수나 간식도 잘 사주시고 아는 것도 많으시고 학생들한테 정말 잘 해주세요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이건 뭐 '우리 오빠들 까지마'도 아니고 대체 그게 청문회랑 무슨 상관인지. '며짤?' 소리가 절로 나왔다.
관련 기사 댓글 중엔 뜨끔한 말도 있었다. 국민들은 총리, 장관 후보자들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없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는 도덕성을 기대하고 정상적인 나라를 바랐기 때문에 지금은 사소하게 취급되는 결격사유(위장전입 등)를 가진 인물은 바로 낙마시켜버렸다. 이번엔 대통령 선거 때부터, 도덕성이고 자시고 경제만 살려주면 된다며 500만표나 더 안겨주며 당선을 시켜놓고 그런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에 대체 뭘 바라냐. 이런 요지의 글이었다. 자조섞인 글이다 보니 발전적인 논의와는 거리가 멀지만, 생각해 볼 이야기인 것 같다. (이 글 쓴 사람도 그냥 될대로 되라 식은 아닐테니까. 후보자 대부분은 보통 시민의 수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범법자들이므로 절대로 고위직에 앉아서는 안된다. - 하지만 이미 기존 인사들도 그렇지..) 지금 상황만 봐서는 2007년에 대체 기호 1번은 누가 찍었나 싶을 정도다. 워낙 선택지가 빈약했기도 하지만 최악은 피했어야 하는건데... (하지내 최악과 차악을 피해 던진 내 한 표는 지금 생각하면 약간 아깝기도 하다. 지금 뭐하고 계심..) 대통령의 안목을 탓할 게 아니라 그런 대통령을 뽑은 국민의 안목에 대해 반성할 일이다. 요즘 '친서민', '공정한 사회'가 정부가 내세우는 키워드인가 본데 정말로 우리 사회가 공정해진다면 그런 인물은 대통령이 되지도 못할거란 아이러니.. 이런 멍청한 세상에서 똑같이 멍청해지지 않으려면 국민들부터 이성을 찾아야한다. 나부터!
'일상 >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바 이야기 (2) | 2010.07.14 |
---|---|
진보신당 심상정 사퇴, 노회찬 토론 영상 (0) | 2010.05.31 |
2010년. (0) | 2010.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