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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각

알바 이야기


알바 관련 커뮤니티를 보다가 문득, 그동안 내가 했던 알바는 몇 가지나 될까 궁금해졌다. 인턴할 때, 그동안 자기가 겪었던 일을 A4용지에 몽땅 써보라고 해서 낙서하듯 적어본 적은 있지만 제대로 정리해본 적은 없어서 한번 써보기로 했다 ^*^ 엄청 길어질 것 같은데.. 아마 나만 꼼꼼이 읽겠지만. 정리해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꿋꿋이.



2004.2.12~14 - 하**마트에서 초콜렛 판촉

수능 끝나고 대학원서 쓰고 논술시험 보고, 3군데 다 떨어져서 기운 빠져있던 시기; 작은 엄마 소개로 마트에서 매*유업 초콜렛 판촉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이게 내 최초의 알바 ㅎㅎ (엄밀히 말하면 초딩 때 치킨집 광고지 돌리고 한 마리 얻어먹은 게 최초;)
같이 할 친구 한 명 더 없냐고 해서 은*이랑 같이 했다. 각각 다른 지점에서 3일동안 일했는데 대리점 아저씨가 하루에 두세번 정도 들르면서 판매량을 체크했다. 싹싹하고 용감했던 은*이에 비해 나는 너무나 소심해서... (지금보다 훨씬) 모기만한 소리. 저조한 판매량.. 흑흑. 그래도 둘째, 세째날은 좀 나아졌다. 일한 것에 비해 돈을 많이 받는 것 같아 괜히 찔렸다. 하루 7~8시간 일하고 3만원씩 받았다. 3*3=9만원.
내가 내 힘으로 이만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나중에 그 돈 고대로 들고 가서 옷을 샀다 -_-; 연두색 면자켓.. 빳빳한 지폐 아홉장을 내면서 그게 어찌나 아깝던지... 재작년에 옷 정리하다가 그 옷 보고 깜놀. 으아니 내가 이걸 입고 다녔다니!! 암튼 나한텐 참 소중한 추억으로 남은 첫 알바. 아. 셋째날 일하다가 전화로 추가합격통지 받아서 엄청 기뻤던 기억도 난다.

얻은 것 : 내 힘으로 돈을 버는 기쁨, 손님들 앞에서 혼자 떠드는 용기와 뻔뻔함 등

1학년 1학기는 알바 안 하고 신나게 놀았음. 엄마가 입학금도 내주고 한달에 용돈도 삼십만원이상 부쳐주고 살판남. 그러고도 모자라서 십만원씩 더 부쳐달라고 하고... 진짜 개념 제대로 없었던 때 ㅠ_ㅠ

2005년 6, 7월 - 중학생 과외

첫 과외! 초중고동창 *람이의 중1 여동생을 맡게 됐다. 잘 부탁한다며 어머니께서 레스토랑에서 비싼 코스요리도 사주시고 ㅎㅎ 기대에 부응하려고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 첫 과외라 서툰 점도 많았고, 선생님이라기보다는 '언니동생'에 가까운 관계였어서 좀 힘들기도 했다. 주4회였는데 대학교 1학년의 첫 과외치고는 꽤 많이 받았어서 죄송하고 감사했음.

2005년 7, 8월 - 초등 영어 파트타임 강사

희*이 소개로 영어학원 파트타임 강사를 했다. 45분*5개 수업을 매일 했고 월80을 받았던가? 아무 경력도 없고 아직 초짜 대학생이라 별 능력도 없는데, 자리가 갑자기 비게 되어 할 수 없이 쓰셨던 듯; 마침 엄마 가게 근처라 편하게 왔다갔다 하고 (퇴근하면서 꼭 들러서 처묵처묵 -ㅁ-;;) 나이가 어린데도 꼬박꼬박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대우를 잘 해주셔서 나름 할 만 했다. (그래도 역시 원장들은 짜다..) 하지만 초등부 전체를 다 가르치려다 보니 목이 너무 아프고 애들은 말을 안 듣고... 그만둘 때 섭섭해서 눈물나면서도 엄청 속시원했다 ㅋㅋ 일주일인가 이주일 더 해달라고 해서 한달 반 채우고 나왔다. 그땐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자다가도 하이킥을 할 무개념 짓을 많이 한 것 같아서 부끄럽다. 이렇게 하나둘 하면서 나름 대인관계랑 사회생활을 배운 듯..

얻은 것 : 아이들의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볼 때의 뿌듯함,
내가 가진 지식과 융통성을 발휘해서 쉽게 설명해주는 능력 기르기 (근데 지금도 안됨;)

2005년, 1학년 2학기 - *우동에서 서빙

더이상 엄마한테 용돈을 받아 쓸 수가 없어서 학교 앞에서 알바를 구했다. 그냥 무작정 다니다가 알바 공고를 보고 들어가서 그냥 두어마디 주고 받았는데 쉽게 일을 하게 됐다. *우동이라고 중년 부부가 하는 가게였고 나보다 한 살 많은 딸이 있었다. 미친듯이 바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파리 날리지도 않고 손님이 꾸준히 있었던 듯... 시급은 3000원인가? 그랬던듯. 3500원인가? 헷갈리네.. 3000원 맞는듯! 지금 생각하면 적지만 그때는 별 불만 없었다 ㅋㅋ 오후 한시부터 열한시까지 일했던가? 아 늙었는지 기억이 안 난닼ㅋㅋㅋㅋㅋ ㅠㅠㅠ 암튼 밤늦게 끝나고 기숙사까지 버스 타고 갔던 기억이 난다. (근데 걸어갈 것이지 왜 버스를 탔지?;) 아저씨는 좀 깐깐하고 아줌마는 인심이 좋고 편해서 참 좋았다. 실수를 자주 해서 아저씨한테 면박을 듣곤 했다. 겨울방학이 되면서 집에 내려가게 돼서 그만둘 때 좀 아쉬웠다. 일하다가 먹는 저녁밥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는데 ㅎㅎ (밥 먹다 말고 손님 오면 일해야 되는게 싫지만. 밥 다 먹기까지 한 시간이 걸리는 때도 있었다.) 그 가게 메뉴 중에 초밥 빼고 뭐든 먹을 수 있어서 매일 고민했다. 나중에 일 그만두고 후배들이랑 가서 사먹을 때는 그 맛이 안 났다 -ㅅ- 가끔 밥 사먹으러 가면 아줌마가 서비스로 물만두도 주시고 후식 요구르트도 주셨다. 그 후로 몇 년 뒤 이 곳은 문을 닫았다; 아숩...

얻은 것 : 과외나 학원보다 훨씬 힘들었지만 몸을 움직여서 일 한다는 보람.
손님을 대할 때 어색하지 않게 하는 연습.

2005년 겨울방학 - 초중딩 남매 과외

2006년 겨울 과외랑 순서가 약간 헷갈린다. 음. 암튼, 이 때도 고향에 내려갔고, 친구의 친구의 사촌들을 맡게 됐다. 집에서 꽤 멀어서 버스를 타고 다녔다. 어른이 늘 집에 계신 게 아니라서 과외비 받기가 약간 어려웠고 중간에 조건도 바꾸려고 하셔서(과목추가) 좀 당황스러웠다. 이 아이들도 예전의 나처럼, 학원 다니고 싶고 과외도 받고 싶은데 형편이 어려워서 못 하고 있다가 고모 도움으로 겨우 했던거였는데..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보다도 내 용돈 마련하는 데 급급했다는 후회가 든다. 그렇다고 수업을 대충한 건 결코 아니지만. 왜 좀 더 마음을 써주지 못 했는지...



2006년 2학년 1학기 - 이* 팬시점

개강이 다가오면 설렜지만 한편으론 아 또 알바구해야 되네, 하는 부담감... 그래도 어쩌겠엉! 다 내가 먹고 놀고 할 돈인데 억울할 것도 없다. 지금 같으면 학교 앞 팬시점에서 일하래도 안 할 것 같은데 (쪽팔리니깐) 이 때는 그런 것도 없었는지 아니면 정말 급했는지. 별로 힘든 일은 없었지만 (그냥 서있으면 됨) 하루에 10시간씩 서있는 건 정말 지루하고 고통스럽다. 매장에 늘 에픽하이 3집(좋지도 않은)을 틀어놔서, 노래 제목은 몰라도 가사는 다 외울 지경이었고 한 트랙이 끝나고 나면 자동으로 다음 트랙 첫 부분이 머리 속에 딱 떠올랐다 -_-; 암튼 평소에도 팬시제품을 좋아했기 때문에 여기 일하면서 낮에 눈 여겨 본 것들을 밤에 집에 들어가기 전에 싹 사가곤 했다 -_-; 우동집에서 일할 때랑은 달리, 여기서는 돈을 주면서 근처 식당에서 밥 먹고 오라고 해서 좋았다. (맛은 더 없었지만) 절대 걸터앉지도 못 하게 해서 그런지, 그닥 좋은 추억으로 남진 않은 알바. 나중에 여기도 망했다...

얻은 것 : 다리 힘

2006년 여름방학 - 남초딩 과외

교차로에 광고를 내서 구하게 된 과외. 5학년이었던가? 맨날 땀 삐질흘리면서 걸어간 기억이.. ㅎㄷㄷ 공부에 별 관심이 없는 아이라 힘들었음. 맨날 나한테 색종이로 뭐 접어서 주고 (그만 좀 주지...) 가끔 개기고 (아이 : 하녀가 영어로 뭐예요? 나 : ?? 누가 하년데? 아이 : 으흐흐, 공부 가르치는 하녀가 영어로 뭐예요? 나 : ......) 어머니께서 큰 유리컵에 요구르트를 가득 따라주셨던 일 ㅋㅋㅋㅋ 암튼 힘들었음. 과외가 시급은 세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는 정말 말로 다 표현을 못 한다. 하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딨어!

2006년 2학년 2학기 - 닭집 서빙

시급 3500원 주던 학교 앞 닭집. 양푼에다가 닭 한 마리 끓이고 나중에 칼국수도 주고 뭐 그런 곳... 1학년 때 선배들이 사줘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알바 공고 보고 무작정 가서 하게됐다. (사실 여기서 일하면 닭 좀 먹을 줄 알았음... 하지만 3개월간 단 한 번) 같이 일했던 언니들이 너무 착했다. 하지만 알바들 중 젤 오래해서 짱먹는 언니는 입이 너무 거칠어서... 상처 받았던 적이 한두번이 아님. 지금보다도 더 소심하고 할 말 못하던 때라 나는 ㄱ같은ㄴ이라는 욕을 듣고도 그냥 삼키고 집에 가서 울고 그랬더랬다 멍충이...
서빙일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술도 파는 곳은 정말 테이블 뒷정리 할 때 더러워서 토나온다 ㅠ 닭뼈는 재떨이에 들어가 있고 반찬 그릇에 담배재 떨어놓고... 음식찌꺼기와.. 등등등. 암튼 별로 일할만한 곳이 아니었다. 그래도 일단 처음에 3개월간 하겠다고 단단히 약속하고 시작한거라 미련하게도 그냥 버텼다. 내가 일하는 동안 파트너 알바가 다섯명은 거쳐간 것 같다. 28살 먹은 남자는 주말 한 번 나와놓고 다음주에 전화로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 통보하고 안 나온 적도 있다. 저녁 땐 손님이 너무 많아서 정말 몇 시간동안 화장실도 못 가고 잠시 다리 풀 시간도 없었다. 무거운 것도 엄청 많이 들었더랬다.. 이러니 골병이 들지;
이 때부턴 일 끝나고 나서 기숙사까지 걸어갔다. (예전과는 달리 겁 상실) 고개를 넘는 것도 너무 힘들고 특히 침대에 누워 자려고 하면 발바닥이 너무 쑤셔서 자주 울었던 기억이 난다. (쓸수록 왜케 청승이 ㅋㅋㅋㅋㅋ) 이만큼 힘들었는데도, 나는 보통 한 군데서 뭘 시작하면 다른 곳으로 옮기는 걸 싫어하는 편이라 (겁쟁이ㅇㅇ) 그냥 나는 죽었다 하고 버텼다... 지금 이 정도도 못 이기면 나중에 더 힘든 일 겪으면 어떡할라 그래, 하면서 합리화도 하고. 이제와 생각해보면 참 미련하고 멍청했다. 다시 이 때로 돌아간다면 절대 안 해. 암튼... 나중에 여기도 망했다..........;;;

얻은 것 : 깡

2006년 겨울방학 - 남중딩 과외

고향집 바로 뒤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 전단지를 붙였더니 연락 왔다. 중3이었나... 그냥 애라고 생각하고 집에 갔는데 키가 나보다 훨씬 커서 깜놀. 당연한건데 ㅎㅎ 암튼 너무 애같지 않아서 좀 불편했다. 그나마 그동안의 과외 아이들보다는 철 든 편이라 그리 힘들진 않았음. 하지만 문제 풀이 하다가 '귀뚜라미' 등의 희한한 영어 단어가 나와서 당황한 적도 있었고 과외 그만두고 한참 뒤까지도 얘한테 문자가 엄청 와서 좀 귀찮았다. 나도 문자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중딩들은 이길 수가 없어 > <




2007년 3학년 1학기 - 잡다하게 이것저것

네일아트 - 대학시절 중 정신적으로 제일 힘들었던 때. 그래도 용돈은 벌어야 해서 알바사이트를 뒤지다가 네일아트 연습모델 알바라는걸 알게 됐다. 기능시험 준비하는 언니들이 연습할 때 그냥 손톱만 빌려주면 되는 거. 손톱이 크고 길어서 평소에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서, 사진을 찍어서 컬러메일로 보냈더니 ㅇㅋ... 이대에 있는 네일아카데미에서 연습하는 언니였는데, 시간당 4000원씩 줬다. 서빙알바 생각하면 시급이 센 편이었지만 하루에 길어야 5시간 정도고 또 엄청 비정기적이어서 도움은 별로 안됐다. 차비도 그렇고... 그래도 재밌는 경험이었음. 하지만 머리가 한창 복잡하던 때라, 손톱 내밀고 멍하니 있자니 죽을 맛이었다. 안 친한 사람하고 말 잘하는 성격도 아니고... 나한테는 완전 도 닦는 시간이었다. 암튼 나중에 다른 언니도 소개 받아서 이 분 시험 치는 날 모델도 해서 꽤 받았다, 올레 ㅎㅎ 거리 가깝고, 돈 액수에 연연할 거 아니면 그냥 맘 가볍게 해볼만한듯.. (대신 손톱이 약간 고달파진다)

얻은 것 : 명상의 시간

호텔, 웨딩홀 연회장 - 이것도 알바 사이트 뒤지다가 알게 된건데, 고정적으로 하지 않아도 그냥 하고 싶은 날 며칠전에 공고 찾아서 문자로 지원하면 ㅇㅋ라서 편했다. 하루 일하면 4-5만원씩 받을 수 있고. 내 일정대로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지만 역시 다 이유가 있었던거다... 일이 너무 힘들어서 장기적으로 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냥 그 때마다 돈 필요하는 애들이 잠깐씩 하는 정도. 그냥 하루보고 말 사람들이니 서로 멀뚱멀뚱 소 닭보듯 한다. 알바를 여러 개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건데, 손님 입장에서 갔을때 고급스럽고 편하고 서비스 좋은 곳이면 알바들에게는 거의 지옥과 맞먹는 곳이라는거... 아주 짧은 교육시간이 지나고 나면 밥 먹는 시간 빼곤 그냥 미친듯이 접시 나르고 치우고. 다음날은 그냥 앓아눕는다. 온몸이 쑤셔서 걷기도 힘들고 그냥 누워있어도 아팠다. 기숙사 방에 누워서 괜히 서러웠던 기억이 난다 흑흑... 돈이 급할 때 몇 번 했었는데 (5~7번 정도?) 이 일 하면서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더랬당... 정말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교훈 : 돈을 벌기 위해서는 때로는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

커피숍 (07.4~08.1) - 주말에 놀려고 정기적인 알바를 안 구했던 거였는데 그러지 않아도 돼서 드디어 알바를 구했다. 친구의 친구가 하던 일을 넘겨받았다. 기숙사에서 한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커피숍이었는데 시급은 3500원으로 세진 않았지만 닭집 알바와 비교해보면 정말 지옥과 천당이었다. 평일에는 엄청 바쁜 곳이지만 주말에는 손님이 별로 (거의~일때도) 없어서 그냥 앉아서 알바 언니랑 수다를 떨었다. 그동안 일했던 곳 중에 몇 곳은 혼자 일하거나 아니면 너무 바빠서 사람들하고 친해질 수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여기선 언니랑 많이 친해져서 좋았다. 낮엔 우리 둘만 있어서, 맛있는 것도 해먹고 ㅋㅋㅋ (이게 젤 좋았음) 가끔 단체손님이 맥주 마시러 오면 죽을 맛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주말 내내 실내에서 하루 12시간씩 있어야 하는 건 싫었지만. 내 청춘은 왜 이렇게 흘러가고 있나 싶기도 했다 ㅎㅎ 11시에 출근해서 계단 앞에서 열쇠 가진 언니 오길 기다리던게 바로 어제 같은데 시간 정말 빠르네. 근데 여기도 나중에 망함............... 난 진짜 망끼(?)를 몰고 다니나봐...

교훈 : 내가 만들어 먹는 팥빙수는 더 맛있다는 사실을 알게 됨

2007년 여름방학 - 결혼정보회사

대학 들어와서 처음으로 방학 때 집에 안 내려갔다. 그동안은 방학중의 기숙사비가 부담되어서 늘 집에 갔었는데.. 이땐 출신고등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았던가? 해서 그걸로 기숙사비를 냈던 것 같다. 암튼 또 알바는 해야겠기에 '홍보, 사무보조'라는 문구를 보고 찾아갔었는데 별로 나를 평가하려는 눈치 없이 바로 ㅇㅋ하고 일정을 의논해서 좀 놀랐다. 알고보니 지식인 알바... 주급으로 줄까 월급으로 줄까 해서 2주에 한번씩 달라고 했다. 꽤 짭짤했다. 하지만 3주만에 관뒀다. 일하는 환경은 너무 편했지만, 뻥을 지어낸다는게 너무 힘들었고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 자괴감이 들어서 더이상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야근 얘기가 나왔을 때 일부러 개기다가 결국 짤렸다. 그러고보니 내가 관둔게 아니네? 음... 내가 좀 더 양심이 있었다면 내가 먼저 더 일찍 관두고 나왔어야 했다. 그 점은 지금도 부끄럽다. 이 때 이거 관두고 결국 방학동안 백수로 쭈욱 놀았음 ㅎㅎ

교훈 : 한 시간에 단돈 4000원을 버는 일이라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아야 함.



2008년 4학년 1학기 - 이 때 뭐 해먹고 살았는지 기억이 잘 안 남;

장기알바를 한 기억은 안나는데 그러면 나는 대체 뭘 먹고 살았던 건지; 암튼 이 때도 아마 연회장 알바를 몇 번 나갔을 거고, 좀 더 편한 좌담회 알바도 구해서 여러번 갔었다. 피자맛 테스트, 광고나 기업 이미지 관련 등등. 한 시간에 2만원 정도로 큰 돈은 되지 않았지만 노동이랄 것도 거의 없고 시간도 많이 안 들어서 좋았다. 학교 취업센터 공고를 보고 사법시험 감독관리원도 했었는데 이건 별로 힘들지 않았고 꽤 짭짤했으나 긴장 돋아서 좀 어려웠다. 4월엔 국회의원 선거 출구조사 알바를 하게 되어서 무려 이천까지 가서 합숙을; 조장이어서 12만원을 받았다. 액수로 보면 대만족인데 역시 뭐든 돈 많이 주면 이유가 있는듯. 선관위 직원들이 눈치줘서 힘들었고 그 날 비가 와서 우비 쓰고 찔찔거린게 힘들었고 설문 응답 받는 것도 힘들었고. 아 돈 벌기 정말 힘들다 ㅎㅎ

교훈 : 돈 버는 방법은 참 여러가지구나

2008년 여름방학 - 집에 내려가서 신나게 놀았음

(운동 열심히 하여 4kg 감량 달성 하하)

2008년 4학년 2학기 - 여초딩 과외

2학기때도 알바 하기 싫어서 이것저것 쬐끔씩 하다가 어느 날 아침을 먹고 과수원을 마시며 학교 자게를 둘러보는데 과외 넘겨준다는 글이 있어서 그냥 기대없이 문자 보냈는데 당ㅋ첨ㅋ 주소를 문자로 받았는데 도곡동에 32층이라 깜놀... 가보니 과연이었다 @_@ 처음 가보는 럭셔리 주상복합아파트라 약간 놀랐음. 젊은 어머니는 너무 고상하고 예쁘고 친절해서 좋았다; 초딩 4학년 여자애였는데 내가 가르치는 수학 외에도 영어 국어 미술 싱크로나이즈 첼로 등등 과외를 셀 수 없이 했다. 매일매일 너무 바빠보여서 좀 안되기도 했는데 가끔씩 나한테 돈 자랑 샤넬 지갑 자랑해서 좀 돋았음... 애가 나를 선생으로 생각 안 하고 뭔가,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는 언니로 생각한단 느낌을 좀 받았는데 과연 마지막엔 문자로 짤렸다 -ㅅ- 과외비 받은 뒤라.. 돌려달라고 해서 난 이 날 펑펑 울었다 ㅠ_ㅠ 그 뒤로 뭐 먹고 살았는지는 또 기억이 안 난다... 이상하네;

교훈 : 인생은 한치 앞도 알 수 없으니 돈을 쟁여두자 -ㅅ-



2009년 졸업 후 1~5월 - 중등 영어 강사

졸업 후 집에 내려가서 엄마가 해 주는 밥 먹고 신나게 한 달간 놀다가 이래선 안된다는 생각에 교차로를 보고 파트타임 강사 자리를 구했다 ㅋ 여기 다니면서 취업 준비할 생각이었지.. 현실은 구로나....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반백숰ㅋㅋㅋㅋ 암튼 좀 부끄러운건 그동안 과외든 강사든 내 실제 실력보다도, 학벌 팔아먹고 다닌 것 같아서 좀 부끄러움. 물론 열심히 하긴 했으나.. (이 말은 꼭 덧붙인다 ㅎㅎ) 등록금 몇천만원 내고 산 졸업장으로 이렇게 학생들 등쳐먹나 싶었다. 중딩들은 초딩만큼 개구쟁이는 아닌데 그래도 난 초딩들이 더 좋다.. 적어도 초딩은 순수함. 난 도저히 아이들을 이겨낼만한 깡을 기를 수가 없었다... 여자아이들은 나한테 어렵고 남자아이들은 너무 까불고. 그래도 귀여운 아이들이랑 공부하면서 나한테도 도움이 꽤 됐던 것 같은데 @#$%@%같은 원장 때문에 막판에 기분 다 잡치고 돈도 일부 못 받고 나온게 두고두고 맘에 걸린다. 그렇게 살지 마세영... 여기는 아직 안 망했나 모르겠네 ㅎㅎ

교훈 : 내 생각이 정말 옳다고 해도 그게 절대 통하지 않는 인간도 있다?!

2009년 9월~2010년 6월 - 고객센터

이 곳에 발을 들이는 게 아니었다.. 는 생각을 지금 뼈저리게 하고 있다. 좀 더 돈이 빠듯해지더라도 알바는 하는 게 아니었는데... 취직이 문젠데 알바를 1년 가깝게 하다니 ㅜ 열흘 단기로 들어갔다가 제의를 받아서 눌러앉게 된 곳. 하긴 여기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였어. 그냥 가만히 앉아서 입만 움직이고 있다보면 방값이랑 내가 먹고 놀 돈 조금은 그냥 생기니까. 너무 안일하고 나태하게 살았던 것 같다. 이제껏 해 본 알바중에 몸이 가장 편했던 알바였다. 바쁠 때는 엄청 바쁘고 또 진상이라도 걸리면 하루종일 기분이 쉣이었지만. 뭐든 그냥 돈을 가져다 주는 일은 없는 것 같다 ㅡ.ㅡ 암튼 여기도 끝에 좋지 않게 관둬서(짤려서ㅇㅇ) 음... 감정이 좋질 않다 ㅎㅎㅎ 오픈된 공간에 자세하게 쓰기는 좀 찝찝하니 패스.

얻은 것 : 순발력, 통찰력-_-? 이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전화를 건 고객이 요구하는 것이 뭔지 빠른 시간 내에 파악하고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 중에서 어떤 것과 관련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그걸 또 공식적이고 친절한 말투로 바꾸어 상세히 안내해야 하고... -ㅅ-
하루에 수백, 수천명과 통화하며 이런저런 사람이 있구나 하고 깨달음,
정말 배운 게 많고 교양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남들을 깔보지 않는다는 사실.
정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 내가 고객 입장이 되었을 때 늘 기억해야지.



으악 다 쓰고 보니 나 왜 이렇게 살았나 싶다. 쓰다보니 죄다 힘들었던 점, 불평 불만을 늘어놨지만 사실 배운 점도 많긴 하다. 나같은 성격의 애가 어딜 가서 이렇게 사람을 많이 만나겠어. 밥 먹고 살기 정말 힘들구나, 돈을 많이 주면 많이 주는만큼 힘들구나 등등 뻔한 인생의 진리를 몸소 깨우쳤다 ㅇㅇ 그동안 부모님이 날 20살이 되도록 키워주시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살다보면 별 더러운 일 다 겪는구나.. 이런 생각.

사실 알바 많이 한 사람들은 알바 안 해 본 사람들한테 '세상 물정 모르고 곱게 컸다, 사회생활을 배워야지' 하면서 탓하는데 나도 그런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사실 내 경우엔 그건 그냥 질투였을뿐.. 나는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억지로 한 거였지 사실 안 해도 됐으면 안 했을거다.. 사서 고생하고 싶은 사람 없으니깐.

4년 내내 주말 알바를 하다보니 (주로 밤 10시 이후에 끝나는거) 월요일 아침 수업은 늘 졸았다. 햇빛 따뜻하고 좋은 날에도 하루종일 실내에 쳐박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침 햇살을 보며 기숙사 방을 나서서 밤에 가로등 불빛을 보며 돌아올때는 내 청춘이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난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 했고.. 남들이 많이 하지 않는 경험을 이것저것 해봤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도 있다. 어쨌든 앞으로 더 잘 해내야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하면서, 내 능력 인정 받으며... 내가 받는 돈만큼, 그 이상으로 성과 내면서 그렇게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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