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8.9 짧은 기차여행
광주, 담양, 보성, 여수까지 갔다가 골병 들어서 순천, 부산을 거쳐 영주.
처음 가보는 여행이라 너무 욕심을 부려서 빡빡하게 일정을 짠 게 잘못이었다. 또 그냥 버스나 택시 타면 될걸 굳이 길 직접 찾는다고 조금만 더, 하고 걷다가 체력소진 ㅎㅎ 광주에서는 내 덩치만한 배낭 매고 땡볕에 40분이나 걷고 (미련함ㅠ) 담양 갔을때는 비가 미친듯이 퍼붓고.. 게다가 찜질방 숙박은 정말이지..☞☜
나흘동안 나름 고생했지만 그래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진짜 다시는 혼자 여행 안 한다고 다짐하며 돌아왔었는데 사진 보니 또 가고 싶네. 올해로 만 24살 되니 내일로티켓 마지막 기회 'ㅡ';;;
용산->광주 무궁화호. 제일 처음으로 간 국립 5.18민주묘지. 광주역에서 나와 오른쪽에 있는 편의점을 끼고 우회전하면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여기서 '518'번 버스를 타면 갈 수 있다! 20-30분쯤 걸렸던듯?
전라도 지역은 처음 가보는 거라 두근두근. 뭐 같은 한국인데 별 다를게 있나 싶겠지만. 그래도 20년동안 경상도 지역을 벗어나 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서울에서 영주까지,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대부분 산이라 터널을 자주 지나는데 전라도는 평지가 많아서 신기?했다. 푸른 들 ㅎㅎ 또, 좀 낯설지만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시내는 광역시답게 번화했지만 버스를 타고 조금 나가니 금방 한적해졌다.
책이나 TV를 통해서 5.18에 대해 알아오다가 직접 광주에 가보니 기분이 묘했다. 중앙에 보이는 탑 뒤로 희생자들의 묘지가 있는데, 시신을 발견하지 못해 비석만 세워져있는 경우도 많았다. 69년에 태어나 80년에 죽은 아이의 사진과 비석을 보니 뭔가 울컥해졌다.. 이곳은 한적하고 조용해서 혼자 돌아보며 생각하기에 좋았다. 날씨가 많이 더웠지만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다시 광주시내로 나와, 버스를 타고 구 전남도청 앞까지 갔다. 마침 민주당의 미디어법 규탄대회때문에 교통이 통제되어 멀찍이서 내려 걸어갔다. 그런데 다시 보니 도청건물 사진이 아니라, 도청 바로 앞에서 분수대를 찍은 사진이네?; 음... 암튼 건물은 뭔가 암울하고 스산한 느낌이 났다. 철거 반대 현수막이 어지럽게 붙어있었고... 다행히 아직까지 철거는 안되었던데, 어찌 될지... 2007년에 본 영화 '화려한 휴가'는 사실 부족한 면이 많았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우리 세대에게 다시금 일깨워 준 점은 좋았다. 여기서 도청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 영화 생각이 많이 났다. 어릴 때부터 주변 어른들로부터 '전라도'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와서 거기에 세뇌될 뻔?했던 나는... 이제와서는 왠지 5.18 희생자들과 광주라는 지역에 대해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했다.
담양 죽녹원. 2학년 때, 여길 가보고 싶어서 계획을 짜다가 구찮아서; 곧 접었더랬다. 이번에는 귀차니즘을 좀 털고 나름 밀어붙여서?! 간 곳이었는데, 마침 비가 왔다... 비를 정말 싫어하는 나로서는.. 하필 여행 둘째날부터 비가 와서 좀 슬펐다.... 그래도 우비를 입고 걷는 대나무밭은 꽤 운치가 있었으니 오히려 잘된 일이었을지도! 뭔가 공기도 더 깨끗한 느낌이 들고. 혼자 걸어도 좋고 둘이 걸으면 더 좋을 것 같다 ^^
관방제림 둑 입구. 죽녹원을 나오면서부터 비가 너무 많이 온데다 벌써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결국 여기서 조금 걷다가 다시 광주로 돌아가기로 했다 ㅠ 광주에 사는 인턴 동기가 밥이라도 사주겠다며 시내로 오라기에... 많이 다녀보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맛난 고기로 체력보충 하고, 마음도 훈훈해져서 좋았다. 겨우 여행 이틀째였지만 벌써 너무 지쳐있어서 힘들었는데! 고맙습니당.
아쉬워서 관방제림 사진 한 장.
광주 시내로 돌아가기 전에,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은 꼭 보고 싶어서 폭포수같은 빗줄기를 뚫고 삼십분을 걸어 겨우 입구까지만 갔다; 이때는 우비고 우산이고 다 필요없이 그냥 쫄딱 젖었다 ㅠㅠ 흑흑.. 다음을 기약하며.
녹차밭 뭐 있겠나 싶어서 여행 일정에 넣지 않았었는데, 동기님의 강력추천으로 급보성행... 나름 길을 조사해서 간 건데도 한참 헤맸다; 보성역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왼쪽에 있는 좁은 길로 가다보면 육교가 나오는데, 육교를 건너서 슈퍼 앞 버스 정류장에서 녹차밭행 버스를 타면 된다. 대학 새내기로 보이는 커플들이 유난히 많았다... 시골길을 달려 대한다원에 내렸다. 듣던대로 입구에 가로수가 시원하게(?) 늘어서있어 멋있었다. 근데 사람들 별로 안 나온, 나머지 사진 한 장은 흔들려서 아쉽네 -_ㅜ
녹차밭 생각보다 좋구나! 싶었다. 생각보다 넓게 펼쳐진 초록빛 차밭은 정말 장관이었다. 가족들, 연인들이 모여 사이좋게 사진을 찍었고 나는 그냥 셀카를 찍었다... 지금 사진을 다시 보며 드는 후회는, 여행 다니면서도 화장 좀 할걸...ㅎㅎ
교회에서 나온 싱어롱팀의 공연을 흥미진진하게 관람하던 애기들 ㅋㅋㅋ
'바다전망대'라는 표지판에 나도 낚여서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데, 돌아오는 사람들이 전부 '에이~ 뭐야~' 하면서 실망하면서 내려왔지만 그래도 나는 꼭대기까진 가보고 싶어서 겨우겨우 기어 올라갔다; 짐은 모두 보성역에 두고 왔지만, 생수 한 병 가져가서 천만다행. 사람들은 모두 꼭대기에 올라가면 반대편 저 너머에 바다가 넓~게 보일걸 기대했지만 실은 저 멀리 수평선이 보이는 정도였다. 그래도 나는 무지 좋았는걸~ 워낙 사진을 많이 안 찍었기도 하고, 내 맘에 드는 사진만 몇 장 골라서 포스팅 하는거라 좀 띄엄띄엄이다. 암튼 녹차밭에 있는 식당에서 녹차비빔밥을 먹고 돌아왔다. 원래 맛있는건지 배가 고파서였는지 암튼 맛있게 얌얌.
같은 날, 여수에 도착. 반나절동안 녹차밭을 돌아봤으면 그냥 일찍 쉬러 갈 것이지 괜히 욕심을 냈다. 여기서 무리한 게 여행 중도포기의 주요 원인?... 암튼 여수역에서 나와 좌회전해서 쭉쭉쭉쭉쭉 한 25분 정도 걷다보면 오동도 입구가 나온다. (그냥 버스탈걸) 여기서 또 다리를 건너 20분 정도 걸으면 드디어 오동도. '동백열차'라고 다리 위를 왕복운행하는 미니열차가 있는데 요금은 500원. 그래도 걸어서 건너고 싶어서 일부러 안 탔는데 마침 돌아올 때는 운행종료 되어서... 정말 후회했다 ㅋㅋ 다리 아파 죽는줄... 암튼. 분지에서만 자란 나는 바다만 보면 가슴이 선덕선덕한다! 기차 창 밖으로 여수 바다가 보이기 시작할 때 정말 설렜는데. 이 날 날씨도 좋아서 참 다행. 하지만 발바닥은 이미 불타고 있었다...ㅠ
음악에 맞춰서 춤추는 분수. 사실 처음에 한두곡 정도는 우와! 하면서 신기한데 계속 보다보면 덤덤해진다 ㅋㅋ 근데 다리가 너무 아파서 여기 앉아서 한 삼십분은 멍하게 있었다...
분수를 맞으며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 내가 고등학생쯤만 됐어도 같이 노는건데... 점잖게 구경할 수 밖에 없었다. 요즘 유독 날씨가 우중충한데, 이 사진을 보니 기분이 조금 상쾌해진다!
오동도에 들어갈 때 동백열차를 타지 않은것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다시 20분을 걸어나왔다. 다리 입구에 식당들이 꽤 많은데, '게장정식 7천원'이라는 현수막 문구를 보고 한 식당에 들어갔다. 테이블이 아닌 온돌식 구조였고 손님은 나 외엔 가족 한 팀 밖에 없어서 유난히 민망했다... 이럴 때일수록 아무렇지 않게 행동해야 함 ㅇㅇ 그나마 배가 많이 고팠어서 민망함은 금방 잊혀졌다. 그래도 해가 갈수록 이런 식으로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나서 좋다 ㅋㅋㅋ 그리 맛있는 건 아니었지만 7천원에 이 정도면 우왕 굳! 양념게장은 참 맛있다.
첫 날 광주 찜질방에서 밤새 에어컨 바람을 쐬며 자서 비염인지 감기인지가 걸려버렸고, 계속 콧물나고 머리가 띵한 상태에서 무리를 하다보니 결국 넷째날에 몸살이 났다. 벌써 사방은 껌껌해졌는데 멍청하게 은행 찾는다고 내 덩치만한 배낭을 메고 40분을 걸었다...ㅜㅜ (이 날 총 세시간은 걸은듯;) 그리곤 또 버스를 타고 찜질방으로. 짐을 풀고 씻고 누우니 좀 살 것 같았지만, 곧 수면실의 모기들에게 마구 뜯기고.. 아저씨 아줌마가 싸우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아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 처음부터 너무 무리를 한 탓에 여행이 아닌 극기훈련이 되어버린 듯... 그래서 결국 순천, 부산은 생략하고 바로 영주 집으로 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 생각하고나니 어찌나 마음이 편한지 ㅋㅋ 휴.....................
빌린 디카의 32MB 메모리를 얼마 채우지도 못하고 집에 가려니 아쉬워서 남긴 설정샷. 다음부턴 짐은 최소한으로 해야지 ㅜㅜ 여행하는 동안 기차에서 읽으려고 샀던 '이성과 감성'은 대부분 집에 가는 기차 안에서 다 읽었다. 정말 재밌었다. 순천만에 꼭 가보고 싶었는데 어쩌다 순천은 잠시 거쳐오기만 해서 아쉽. 가을에 꼭 가야지. 부산도 제대로 구경하고 싶었는데 아쉽. 부전역 근처 교촌치킨에서 저녁밥 삼아 혼자 치킨을; (테이블에 앉아서 기다리는동안 폰을 만지작하다 배터리까지 다 되어서 조금 더 뻘쭘했다..) 마지막까지 기차 시간을 잘못 맞춰서 환승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녹초가 된 채 영주에 도착했지만... 지금은 이 모든게 재밌는 추억 :) 하지만 다시는 이렇게 멍청한 여행은 하지 않을테야 ㅋㅋ 난 역시 집순인가봐. 방에서 뒹굴뒹굴하는게 최고. 다음번 여행은 좀 더 여유롭고 현명하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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