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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기

0430 새벽


 난생 처음 보는 면접. 막상 말을 시작하니 그리 떨리지도 않고, 끝나고 나서도 후회가 없을만큼 할 말 다 해서 속이 후련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기차 안에선 내가 왜 그리 초라하게 느껴졌을까.. 그냥.. 매일매일을 허덕이며 살아온 것 같아서 답답하다. 생각해보면 나만큼 '조건 안 좋은' 여자가 있을까. 집안이 빵빵하기는 커녕 내가 가족들을 먹여살려야 될 입장이고, 학자금 대출로 진 빚은 6개월치 월급을 훌쩍 넘고.. 현실적으로 봤을 때 내가 생각해도 난 정말 아닌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 가면, 대학 때는 취직하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취업해도 별 다를 건 없을 거라는 생각이 점점 든다. 당장 내일 밥값이 없어서 걱정하던 날들. 주말이면 아르바이트를 나가는 나에게 누군가 '넌 돈독이 올랐냐'라고 했던 말. 바보같게도 구질구질한 기억들이 떠올라서 자꾸 눈물이 났다. 왜 난 엄마한테 돈 만원 받아 쓰는 것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야 하는거지. 남들은.. 아르바이트는 커녕 부모님이 주는 용돈 받으며 편하게 학원 다니고 옷 사입는데. 남들은.. 부모님 돈으로 해외연수 가고 배낭여행 가는데. 남들은.. 남들은.....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정말 끝이 없다. 스물네살이나 먹었는데 아직도 정말 철이 없지.. 이젠 무뎌질 만큼 무뎌져서 아무렇지 않다가도 가끔씩 속에서 울컥한다. 그냥 그러려니 해야하는데..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봐야 하는 건데.. 괜히 서러울 때가 있다. 사춘기도 아닌데. 이런거 추해. 아 자꾸 콧물이 나네 ㅡ.ㅡ 그냥.. 잘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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