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문득 어떤 집들을 볼 때면 저 집이 우리집이었으면, 하는 때가 있다. 딱히 엄청 예쁘다거나 큰 것도 아닌데 그냥 그렇다. 그냥. 지금 우리 집이 아닌 다른 집.
날씨가 참 말 그대로 '을씨년'스러운 날이었다. 회색빛 하늘을 보며 걷자니 기분이 참 꿀꿀. 차라리 비가 오는게 낫겠다. 학원 컴퓨터로 ㅇㅇ 전형결과를 확인했다. 또 불합격. 힘이 빠진다. 자신이 없다.
엘리베이터와 게시판엔 살인사건 피해자 사진이 나붙고 경찰은 탐문수사하러 다니고. 괜히 무섭다. 죽고 사는 게 워낙 쉽게 이야기되는 세상이라 새로울 것도 없긴 하지만. 살인사건이 별로 일어나지 않는 소도시인데다 바로 한동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니 소름끼친다. 밤길을 걸을 때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오늘 학원 가는 길에 뒤에서 어떤 아저씨가 혼자서 막 욕을 하면서 따라와서 무서웠다. 칼이라도 갖고 있는거 아닐까, 하면서 괜히 불안해서 종종걸음. 뉴스를 너무 많이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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