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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기

0103


내가 싫어하는 인간형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경박해. 속물. 생각 좀 하고 살자. @#$@%#$%#^#$%. 난 내가 괜찮은 사람이었으면 하는데. 이대로 가다간 영영 안드로메다.

잠은 안 오고 할 일은 없고. 사실 '할 일이 없다'고 말할 때 정말로 할 일이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말동무가 필요해 오랜만에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보지만 몇 번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는 곧 시들해진다. 80바이트로 한정된 고딕체의 대화 대신 따뜻한 커피 혹은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며 진짜 대화를 하고 싶다.

집에 온 뒤 약 이틀간은 멀쩡한 컨디션으로 있다가 그 후 2주째 감기에 시달리는 중이다. 무슨 큰 증상이 있으면 병원에라도 가지. 괜찮은 듯 하다가 하루에 몇 시간씩 문득문득 온 몸이 쑤시고, 아침에는 기침 하다가 저녁에는 괜찮고. 정말 짜증 지대로다. 이 모든 짜증의 근원은 감기 때문에 입맛을 잃어서, 먹는 재미를 잃어버린 탓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감기를 핑계로 부지런히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한심한 이 꼬라지. 나라도 이런 '24살 먹은 곧 대졸자' 딸내미를 보면 속이 터지지 싶다. 밥 먹고 설거지도 안 해, 자기가 만든 쓰레기도 안 버려, 뭐 하나 시키면 귀찮다고 투덜대고 과외 구할 생각은 않고 공부는 커녕 하루종일 앉아서 컴퓨터만 하고 있고. 하지만 엄마의 잔소리에 나는 더 큰 소리로 맞받아치니 ㅉㅉ 막내동생을 사이에 두고 엄마와 데시벨 배틀을 벌였다. 엄마의 최후의 카드인 '시끄러워! 꼬박꼬박 말을 이기려 들어!'가 나오고 할 수 없이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는 엠피쓰리 볼륨을 크게 높였다. 엄마가 뭐라뭐라 하는 소리가 계속 들리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므로 오히려 속이 편하다. 나 좀 많이 못됐나. 기숙사에 있을 땐 얼른 집에 왔으면 했지만 역시 엄마의 잔소리크리가 좀 강하다. 하긴 내가 알아서 잘하면 되겠지만 그건 이미 내 본성상 불가능. 뭐 그래도 기숙사에 있을 때 보다는 훨씬 좋다. 그나마 냉장고를 열면 뭐라도 먹을 게 있으니 흑흑. 결국 나한테 가장 중요한 건 먹는거였다.

강준만의 '한국 현대사 산책' 1970년대 편을 읽고 있는데 아 뭐 읽다보니 기분이 영 안 좋아져서 일단 덮었다. 알수록 속이 후련하기는 커녕 가슴이 답답해지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우리나라 현대사? 으웩. 쨌든 끝까지 읽긴 할거다.

드라마 '연애결혼'을 보고 있는데 확 대박작은 아니더라도 뭔가 재미가 쏠쏠하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쓸데없이 심각하지도 않고, 귀엽고 상쾌한 드라마. 보는 내내 살며시 미소 + 킬킬대기 반복.

위에서 엄마 잔소리 얘기를 하다 보니 생각난건데 아. 난. 정말. 청소나 설거지나 쓰레기 버리기 등등 일거리들을 그냥 되는대로 쌓아뒀다가 내키는 때 확 해치우는 게 제일 좋다. 엄마는 그 때 그 때 해결하지 않으면 답답해 못 사는 성격이라 나랑은 정반대. 지금 그 그릇을 안 씻으면 죽기라도 하냐고 어어어? 다음 끼니 전까지만 씻어두면 안되겠니. 나중엔 기필코, 나처럼 게으르고 기분이 내킬 때 한꺼번에 해치우길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살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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