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도서관에 갔었다. 친구가 늦장을 부리는 바람에 6시가 되서야 열람실에 들어갔는데, 열람시간이 7시까지라는 친구의 말과는 달리 주말에는 6시까지였다 ㅜㅜ 5분밖에 남지 않아서 신간 코너에서 급히 두 권을 집어들었다. 하나는 최근 모문학상을 받고 나름 주목을 받고 있는 신인작가의 소설, 다른 하나는 제수알도 부팔리노의 '그날 밤의 거짓말'이다. 둘 다 예전에 인터넷인가 신문에서 보고 관심이 생겨서 언젠가 읽어보려고 했던 책이다. '그날 밤의 거짓말'은 약간 딱딱할 것 같아서, 좀 더 가벼울 것 같은 한국소설을 먼저 집어들었다.
읽는 내내 생각했다. 뭐 이런 거지같은 소설이 다 있어. 책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게 바로 이 이유다. 이런 소설에는 이 정도의 성의없는 악평밖에 하고 싶지 않다. 입이 근질근질해서 몇 마디 덧붙이자면, 작가 스스로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모를법한, 산만하고 겉멋만 잔뜩 든 문장에 짜증이 났다. 발칙, 엉뚱 따위의 수식어로 과대포장된 고만고만한 소설들에 신물이 난다. 나름 문학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사람들이 이 소설에 대해 찬사를 보냈으니 일단 뭐 괜찮은 책으로 사람들은 기억하겠지만, 적어도 나한테만큼은 정말 아니다. 아무런 메세지도 사유도 없는 이런 책에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 따위의 '꿈보다 해몽'식 해설을 갖다붙이기에는 잉크가 아깝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때마다 속으로 '이게 다 무슨 개소리..' 이런게 정말 발랄하고 신선한거라면, 차라리 케케묵고 구태의연한 소설이 더 읽을만할 것 같다.
'그날 밤의 거짓말'은 꽤 괜찮았다. - 반역죄로 수감된 네 사람이 사형을 하루 앞두고 있다. 사령관은 이들에게, 네 명 중 한 사람이라도 그들의 배후에 있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내면 살려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이들은 밤새도록 각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신념과 죽음 사이에서 갈등하고 곧 아침이 찾아온다. - 풍부한 인용과 비유가 특징이라면 특징인데, 그게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경우에는 소설 전체에 고전적이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더해주는 것 같아 좋았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야기 구조가 치밀하고 자연스러워서 읽다보면 금새 빠져든다. 액자식 구성으로 여러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구조라 뭔가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그리 두껍지도 않아서, 반납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나저나 작가 이름이 정말 어렵다; 제수알도 부팔리노. 이탈리아 사람이네. 전에 '주제 사라마구'라는 이름을 처음 보고 낯설어서 몇 번을 되풀이해서 읽어봤는데. 비영어권 작가 이름은 뭔가 생소한 느낌이라 신기하다. 어느 책이나 그렇겠지만, 원문으로 읽으면 훨씬 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이탈리아어...라......;;
아. 여름에 집에 내려왔을 때 도서관에서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읽다가 대출은 못하고 아쉽게 중간에 덮어버렸던 적이 있다. 3분의 1정도 읽었는데 꽤 좋았다- 다음번에 가면 그 책을 빌려야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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