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이 뿌연 스모그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갑갑하다.
- 수업시간 내내 권태. 고립. 불안. 혐오. 연민. 따위의 단어를 노트 위에 끄적대며 우울증 환자 흉내를 내보았다.
- 잠시나마 잊어보려고 책을 잔뜩 빌려와서는 침대 위에 쌓아두기만 했다.
- 멍청한 소리 말라며 짜증내고 전화를 끊어버리고 싶었다.
- 등교하면서부터 '자고싶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는데, 적절한 과외 빵꾸.
어차피 보충해야 하는 거지만 일단 오늘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좋다.
- '촛불 시위를 통해 본 인터넷 여론의 특징과 집단지성으로서의 가능성에 관한 연구'. 이게 말이 되는 소릴까?
최종기한인 31일까지 어떻게든 써서 내긴 하겠지만 쓰면서도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게 뻔하다.
오늘 교수님을 만나서 좀 상의해봤어야 되는건데, 면담시간이라고 써두시고는 퇴근이라니, 밉다.
사실, 내일이 계획서 제출일인데 진작 안 찾아뵌 내 잘못도 있긴 하다.
'가능성'이라. 너무 모호한 단어다.
- 갑자기, 보지도 않은 '친절한 금자씨'의 '너나 잘하세요.'라는 대사가 인생의 진리처럼 느껴진 하루였다.
이건 오늘 내가 타인에게 하고 싶은 말인 동시에 내 스스로에게 던지는 말이기도 하다.
너나 잘해. 주변 눈치 살피지 말고, 괜히 다른 사람 잘근잘근 씹지 말고. 그냥 너대로, 나대로 살자.
일상/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