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한가로운 금요일 저녁. 동기들과의 짧은 수다로 스트레스가 조금이나마 풀리고. 맘 편하게 헬스장으로 가서 족욕을 하며 잡지를 보는데 딱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내가 요즘 참 배가 불렀었구나. 맨날 투덜투덜, 한숨, 인상쓰며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다는 듯. 따지고 보면 내가 지금 부족할 게 뭐있냔 말이지...
1. 나이 - 이만하면 정말 뭐든 할 수 있고 외모도 한창 가꿀 때. 너도 이제 훅 갈 때가 됐다며 *소리하는 못난 남자들이 있긴 하지만 실은 지금부터가 시작인데.
2. 직장 - 작년 이맘때는 차마 꿈도 못 꾸던 공기업에 들어가서 걱정없이 쭈욱 다닐 수 있는데 뭐가 문젤까.. 여러가지 트러블이 있긴 하지만 이 정도도 없이 회사생활 하는 사람 없을거란 생각하면 내가 참 투정이 심했다-
3. 연애사업 - 내 더러븐 성격 다 받아주고 성향 비슷하고 자라온 환경 비슷하고 말 잘 통하고 무엇보다 나만 아껴주는 남자친구가 4년째 옆에 있어주니 난 복받은 사람.
4. 집 - 원룸이긴 하지만 내 힘으로 월세 내고 따신 물 잘 나오고 둘이 살기에 크기도 적당하고. 이 삭막하고 복잡한 서울에 내가 살 공간이 있다는 것도 사실 신기해.
자기위안이 아니라... 정말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랬다. 슬슬 합격의 기쁨이 사라지고 직장생활에 적응해가면서 막연히 징징대기만 했는데 참. 아직은 시작단계긴 하지만 바로 내가 원하던 삶을 살고 있잖아...
신입이니까, 정년보장되니까, 하며 안일한 태도로 불성실하게 지냈던 지난 석달을 생각하니 낯뜨거워졌다. 지금부터가 시작인데, 스스로 연구하고 주변에 물어가며 배울 생각은 안 하고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할까, 여가시간을 재밌게 보낼까, 월급으론 뭘 지를까만 고민하고 있었으니. 정말정말 부끄럽다. 점점 내 지식의 밑바닥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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