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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기

0806


엄마가 오늘 수술을 받았다. 오후 3시 수술인걸 알고 있었는데 부서분들한테 인사하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빈 자리에 앉아 시간 보내고 적응하고 밥 먹고 하느라 미처 전화를 못 했다. 두시 반에 문자를 보내니 이미 수술 들어갔다고... 어제 통화할 때, 퇴근후에 전화하겠다고 했는데 동생들 만나서 타임스퀘어로 달려가느라 까먹었다. 마취에서 깬 엄마가 먼저 전화할 때까지. 오면 신경 쓰여, 차비도 비싼 데 뭐하러 와, 별로 심각한 거 아니야, 라면서 엄마는 말리고 나는 아 싫어 갈거야 라며 말다툼 아닌 말다툼을 하다가, 결국 이모가 첫 날 병실에서 같이 잘거기 때문에 자리가 없다는 이유를 듣고 마음을 접었다. 사실 한편으론, 가지 못할 이유가 생겨서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덜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엄마 말대로 별로 심각한 것도 아니고 그냥 레이저 수술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마취도 했고 입원도 해야하고 전화 너머 엄마 목소리는 너무 힘이 없었는걸... 하다못해 감기몸살에 걸려도 혼자라는게 괜히 서러워지는데.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복잡한 도시에와서 옆방의 짜증나는 소음을 견디며 잠 못 이루고.. 엄마가 아픈데 내가 옆에서 밥 한 끼 차려주지도 못 하고... 하아. 따뜻하고 살가운 말 한 마디가 그렇게 안 나와서 겨우, 잘 끝났어? 아파? 밥은 먹었어? 이모는 같이 있어? 하고 막내동생을 바꿔주니 내가 통화하는걸 못 들었는데도 똑같은 소릴 하고 있다. 나처럼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하고 있지만 어린 나이에도 엄마가 걱정돼죽겠는 표정이 뻔히 보인다. 눈물이 왈칵 나려는걸 참고 마지막으로 여동생을 바꿔주고... 자식이 셋이나 있는데 엄마가 아플 때 이렇게 멀리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니. 병원 복도에 자게 되더라도 그냥 갈 걸 그랬나봐... 그래도 잊지 않고 전화해 준 친구가 너무 고맙다. 영주에서 수술한 줄 알고 병문안 가려고 했다는데. 그 마음만도 너무 고마워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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