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나, '아바타'를 보고 느낀 점을 글로 써보려 했지만 쉽지 않다. 뭔가 단어 하나하나가 내 느낌을 표현하기엔 모자라고, 오히려 그 감동을 퇴색시키는 것 같아 못마땅했다. 그래도 부족하나마 남겨놔야지.. 하루하루 지날수록 기억과 감동이 옅어지는게 아쉽다.
'정복주의 - 생태주의'의 대조에서도 느낀 점이 많았지만, 그것보다 제이크 설리라는 한 인간에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가끔 상상해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제이크에게 감정이입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현실에서는 자신의 몸에 갇혀 무기력함을 느끼는 퇴역군인일 뿐이지만, 판도라 행성의 제이크는 뛰어난 운동신경과 강한 영혼을 가진 토르크 막토이며, 사랑하는 네이티리가 곁에 있다. 이전의 삶을 모두 버리고 아바타로 새롭게 사는 길을 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뻔한 영웅담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제이크에게서, 영웅보다는 나약한 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더 마음이 갔다. 그래서 어쩐지 쓸쓸하기도 했던 영화.
'트랜스포머'가 스토리는 다소 빈약하지만 영상만큼은 시원하고 멋졌던 영화로 기억된다면, '아바타'는 '이 영화 스토리는.. 이러쿵 저러쿵...' 하는 생각이 아예 들지 않을 정도였다. 영화 바깥에서 3D 기술이나 배우의 연기, 촬영 등등을 객관적으로 바라본게 아니라 그냥 영화 안에 들어가있던 느낌이라고 할까... 제이크가 나비족의 몸으로 살면서, 현실이 꿈인지 꿈이 현실인지 몰랐듯, 나 또한 그랬다. 그래서 이전의 영화와는 전혀 다른 영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다. 이제까지 봐왔던 영화 중에 최고임은 물론, 아마도 앞으로 이 영화보다 뛰어난 영화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럴 수 있다면 나로서는 더 좋은 일이지만! ㅎㅎ) 암튼, 이 영화와 동시대를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 ㅎㅎ 나 너무 찬양했나. 하지만 어떤 말로도 부족해...;ㅁ;
인상깊었던 장면들.
- 오프닝. 제이크의 독백과 함께, 숲 위를 나는 듯한 느낌.
중간중간 제이크의 독백이 등장하는데, 모두 좋았다.
- 처음으로 아바타에 링크된 후 흥분을 참지 못하고 들판을 달리는 제이크.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몸'에 대한 감동, 발에 와닿는 흙의 감촉...
- 제이크를 살리려고 어쩔 수 없이 동물들을 죽이고는,
쓰다듬으며 뭐라뭐라하던(?) 네이티리.
(나중에 나온, 에이와님이 거두어주실거야.. 뭐 그런 말이었겠지)
또, 길에 난 자국을 읽고, 동물의 심장박동을 느끼며 자연과 교감하는 모습.
- 무너지는 홈트리... 첫번째 볼 땐 이 장면에서 정말 가슴이 너무 아파서
폭풍눈물이 흘렀다; 나비족에 동화됐나 -ㅅ-
- 제대로 마초냄새 나는 쿼리치...
이런 스타일의 악역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이상하게 끌려!
Mask on! 하면서 문 냅다 열어젖히고 숨을 참은 채 총 막 쏜거나...
막판에 제이크랑 대결할 때도.. 그 무서운 집념과 깡이란 ㄷㄷ
겁날 게 하나 없는 그 모습이 어쩐지 부러웠달까.
- 인간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첫 만남. "I see you."
두번째 봤을 때는 아무래도 감정이입이 덜 되서 좀 더 객관적?으로 봤는데,
이 장면만큼은 처음 볼 때보다 더 찡했다.
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
- 엔딩. 최고. 뭔가 구구절절 뒷얘기 안 보여주고... 깔끔하고도 여운있게 끝나서 좋았다.
아바타의 몸으로 눈을 딱 뜨는 순간 뭔가 소름? 전율? 같은 것이 ㅎㅎ
그리고 엔딩곡 I see you.. -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