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직한 생산자들을 축복하시되
평생 천직으로 알고 농사 지어온 밭에서
햇감자를 수확하며 갈퀴손으로 웃음을 가린 채
그 소박한 행복마저 내보이기 수줍어하는
촌부에게 축복 하소서
장남이면서도 병약한 아내를 위해 장작을 패고
자전거를 타고 동리 구멍가게로 달려가
나무탁자에 걸터앉아
살가운 평생 이웃들과 소주잔을 나누면서
그게 자신이 사는 행복이라고 웃으며
동리 품앗이가 줄어드는 게 걱정이라 하는
애옥한 삶에게 축복 하소서
여린 손으로 어린 동생의 밥상을 차려내고
빨래를 하며 연탄을 갈아도 눈물을 감추고
동생을 다독이며 어서어서 자라 간호사 되겠다고
꿈꾸는 소녀 가장을 축복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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