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7
집에 다녀오면 항상 후유증을 앓아서, 이번에는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부터 걱정했더랬다. 기다려지면서도, 그 이후를 감당할 자신이 없는 거... 어떻게 된 게 20살 때 학교 때문에 처음 짐 싸들고 올라왔을 때보다, 몇 년 지난 지금이 더 힘든 것 같다. 5년간의 서울 생활에 너무 지쳐서 그런걸까.
집에 가서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막내동생이랑 같이 놀고... 오랜만에 편한 친구들도 만나고 하다보면 돈, 취업 등등 골치아픈 문제들은 까맣게 잊게 된다. 그러다 다시 서울에 돌아오면, 꿈에서 깬 듯이 멍하다. 아 이게 내 현실이었지.
오죽했으면, 원룸이랑 회사 다 정리하고 그냥 영주 내려가서 월급을 100만원도 못 받아도 좋으니, 맘 편히... 외롭지 않게 살고 싶단 생각을 했을까. 집에 있으면 서울에서처럼 가슴 한 켠이 텅 빈듯한 느낌이 전혀 없다. 신기하게...
어떻게 보면 25살이나 되어서는 아직 부모님의 품을 그리워하는 어린애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에 현실적인 욕심이나 야망이 전혀 없는 내 모습이 답답하기도 하다. 엄마도, 막내도, 나도 각자의 인생이 있는건데. 가족, 영주를 도피처로 삼고 있는 걸까...
내가 요즘 정서적으로 너무나 불안하다는 것을 느낀다. 스스로도 이상하게 느낄 만큼. 기차에서도 눈물이 나고, 자기 전에도 눈물이 나고,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멀쩡히 티비를 보다가도...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는건지,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다. 영주를 떠나 온 첫 날은 조금만 건드리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이 우울해서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괜찮아졌다가, 다시 침울해졌다가를 반복하더니 그래도 자고 나서 막상 평소처럼 출근하니 그냥 담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