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
0820
butnottome
2010. 8. 20. 09:58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읽고 있다. 처음 이 책이 출간된 걸 보고는 제목이 뭐 이렇지? 했다가 버스 광고에서 '내.가.그.쪽.으.로.갈.까.' 뭐 이런 문구를 보고는 오글거림을 참지 못했는데 그래도 요즘 제일 잘나가는 한국 소설이니 한번 읽어볼까 싶었다. 마침 선물로 받게 되어 기쁘게 읽기 시작했는데. 초반에는 그럭저럭 괜찮더니... 지금은, 이걸 끝까지 읽어야 하나 싶다. 암울했던 시대상과 연애 이야기가 혼합된 내용은 너무나 많이 봐와서 이제는 식상하다. 오래된 정원, 그 해 여름, 별빛속으로... 등등 그 두 가지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여내느냐가 관건인데 이 소설은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나도 인위적인 느낌이다.
서울은 왜 줄기차게 '이 도시'라고 표현되는건지. 1인칭 시점의 서술임에도, 존경하는 윤 교수는 왜 '윤 교수님'이 아니라 '윤 교수'인건지. (정윤은 분명 '윤 교수님'이라고 불렀을텐데) 이런 작은 부분에서부터 작위적인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뭔가 쓸쓸하고 건조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인가 싶지만, 매 순간마다 아 내가 지금 소설을 읽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학교에서 집까지 일부러 먼 길로 돌아가던 정윤은 시위대에 휩쓸려 다치고 방황하다가 우연히 명서를 만난다. 명서가 다가오는 순간 정윤은 '아, 엄마가 정말 죽었구나'하며 느닷없이 엄마의 죽음을 실감한다. 여기서 띠용-_-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는 그런 정윤을 보고 명서는 내가 재밌는 얘기해줄게, 라며 웃긴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게 뭥미. 너무나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묘사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지고, 시대적 배경에 대한 무게감이나 깊은 성찰도 보이지 않는다.
신경숙 작가의 책은 처음 읽었는데, 이게 정말 수많은 히트작을 낸 중견작가의 글인가 싶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다가 본 말, '실체가 없는 상실과 절망'이라는 데 동의한다. 이 작품만 그런걸까? 다른 것들도 좀 읽어봐야겠다. 암튼... 이 책을 생각하면 참 가슴이 답답해진다. 넘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