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아, 너는 그러고도 잠을 자고 밥을 먹는구나. 어쩜 그 얼굴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밥을 삼킬 수가 있니. 니가 죽인 그 아이는 검고 어두운 강물 속에서 숨이 막혀갔는데..
사망날짜, 시각, 장소. 이런 것들로 누군가의 죽음을 설명할 수는 없다. 그 누가 죽은 아이의 넋을 위로해줄까. 얼마나 외로웠는지, 그 때 그 다리 위에 섰을 때 아이의 심정이 어땠을지 헤아려줄까. 그저 없었던 일처럼, 곧 잊혀질 사람으로 만드는 세상때문에 아네스는 죽어서도 외롭다.
그래도 이제는 괜찮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슬피 눈물 흘린 사람 하나 있으니까.. 살아서 겪은 괴로움 모두 잊고, 거기서는 행복했으면.
아네스의 노래
양미자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 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 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 소리에 얼마나 마음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 맡에 선 당신을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