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nottome 2009. 11. 24. 21:00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아닌. 그냥 '허하다'는 느낌이 계속 든다. 이제껏 살면서, 하루동안 뱉어내는 말이 가장 많은 때인 것 같다. 아무 것도 안 하고 방에 혼자 있을 때보다, 아침 저녁으로 수많은 사람들 속을 걷고 수많은 사람들과 전화통화를 하는 지금이 훨씬 더 외롭다. 외로운 게 아니라고 먼저 말해놓고, 자연스레 이렇게 나오는걸 보면 사실은 그런가 보네... 그래도 출퇴근 전철에서 거의 반은 잠든 상태여서 그런지,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 거리가 별로 멀게 느껴지진 않으니 다행이다. 패닉의 '달팽이' 가사가 이래저래 떠오를 때가 있는데.. 거참 명곡이로다 ㅡ.ㅡ 이거 쓰다가 한번 검색해보니 쉬 ㅠㅠ 읽다가 눈물 날 것 같아.. 새삼... 매일 동기들과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배워가던 인턴 시절이 그리워진다. 그 땐 외롭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는데...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던 때여서 그럴까. 꼭 최종합격해서, 그 때 느꼈던 것 이상의 의욕과 열정을 가지고 매일매일을 살고싶다. 무슨 일을 하든 마음 먹기 나름이라지만... 지금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는 비교적 편하게 돈 벌기는 좋지만 성과도 없고 보람도 크지 않은 듯 하여... 그냥 말 그대로 쳇바퀴 같은, 아무 생각없는 날들의 연속이다. 하긴 이 추운 날 밖에서 힘들게 일하는 엄마를 생각하면 참 철없는 소리.. 인턴때나 지금이나 월급 100만원 정도를 받으면서 엄마한테 뭐 제대로 해드린 게 없다. 그럼에도 엄마는 서운한 기색을 조금도 내비치지 않은걸 보면 정말 미안해진다. 생각만 있었으면 월급의 일부를 조금 드리거나 작은 선물이라도 할 수 있었을텐데... 8월에 한달간 쉴 때 생긴 공백 때문에 카드값이 자꾸 뒤로 밀려서 지금은 너무 여유가 없다. 아. 이 계획성 없는 인간... 작년 이맘때 과외비 24만원 받던거 생각하면 지금은 아주 ㅡ.ㅡ 물론 방값과 이래저래 들어가는 돈이 좀 더 생기긴 했지만. 이제 학생도 아니고 그냥 사회인인데 경제관념 좀 챙겨야지... 아주 가끔은. reset 버튼을 눌러서. 모든 걸 초기화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것이었다면 인생이 지금만큼 의미있을 순 없겠지... 그래도...........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어. 오늘따라 이야기가 참 왔다리갔다리. 오늘은 아홉시에 퇴근해서 집에 가면 열시반. 씻고 바로 자야지. 그리고 눈 뜨면 다시 이 곳으로. 이런 지루한 일상속에서 소소한 재미를 발견할 때 그나마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