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nottome 2009. 1. 19. 20:17


 오랜만에 '다정다감'을 봤다. 박은아는 '불면증' 때문에 내가 무지 좋아하는 작가. (딴소리지만 예전에 '불면증'을 아스테이지+스카치테잎으로 포장해놨더니 지금은 책 상태가 엉망이 됐다 ㅠ 속상) 주먹만한 얼굴에 얄쌍한 허리, 비현실적으로 긴 팔다리는 지금 보니 더 말도 안되긴 하지만 여전히 좋다. (헐) 고등학교 때 봤을 땐 그렇게 재밌었는데 지금 보니 왜 이리 오그라들지. 특히 신새륜의 '너 내꺼 돼라.'라는 고백은... 이건 뭐... 암튼 보면서 새삼 짜증났던 건 우유부단, 착한 척, 왕가증스런 강한결도 아니고, 막말에 지멋대로인 신새륜도 아닌... 바로 주인공 배이지. 오지랖이란 오지랖은 다 떨고 그 하녀근성에, 두 남자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우정을 갈라놓길 여러 차례, 무엇보다 짜증나는 건 본인은 자기가 그렇게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는지 모른다는 거. 이런 캐릭터는 약간씩 변형된 모습으로 순정만화에 자주 등장한다. '후르츠 바스켓'의 토오루나 '파르페틱'의 후코, 'DVD'의 땀이도 그렇고, '여왕의 기사'에서 유나는 에렌과 리이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두 남자 속 다 뒤집어놓고. 전부 '나는 암것도 몰라요'하는 얼굴로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어쩌라고 ㅎㅎ 암튼. 여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되야 재밌는데.. 근데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순정만화는 여주인공 때문이 아니라 그 주변에 있는 남자캐릭터들 땜에 보는 것 같군...;
 
 붕어빵이 변한걸까 내가 변한걸까? 중학교 때 자주 가던 오락실 앞에 붕어빵 가게가 하나 있었다. 기름기, 구워진 정도, 팥, 모든게 너무 완벽해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붕어빵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오늘 몇 년만에 먹은 그 붕어빵은 그저 밀가루 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 네 개 천원에서 세 개 천원으로 가격이 올라있었지만, 그때의 맛이 그대로 남아있다면 한 개 천원이라고 해도 이렇게 아쉽지는 않을텐데.

 학원 면접을 보고 왔다. 2만원씩이나 내고 과외광고를 냈지만 연락은 하나도 오질 않고, 그것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두 반만 맡는거라 급여는 낮지만, 하루에 세 시간정도만 일하는 셈이라 오히려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몇 시간 투자해서 용돈 정도 버는 셈 치고 그 외 시간엔 공부를 해야겠다. 한 달동안 정신줄 놓고 놀았으니 이젠 정말 정신을 차려야지. 지금 하고 있는 선생이 2월초에 관둘 예정이라, 다음 주쯤 시강을 하기로 했다. 학원 강사일은 잠깐 해보긴 했지만 그 땐 시강을 하지 않고 바로 시작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우선 이번 주에 다시 한 번 가서 교재를 받아오기로 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준비를 열심히 해가야지. 시강만 하고 일을 못 하게 되면 그건 너무 쪽팔릴 것 같다. 윽. 중학교 1, 2 학년 수업인데 지난번에 했던 초등학생 수업보단 오히려 나을 것 같기도 하고. 사실 누군가에게 자신있게 영어를 가르칠 수준은 못 되기 때문에 좀 걱정된다. 그래도 중학교 수준 문법이라면 열심히 준비해서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열심히.

 어지러운 세상, 나는 좀 약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도 남들보단 덜 속물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한 게 바로 얼마전인데. 근데 약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은 꼭 계산적인 의미보다는, 지금까지 간혹 그래왔던 것처럼 어리버리하다가 기회를 놓치고, 남에게 이용당하고, 나중에 후회할 일만 하고... 뭐 이런 바보짓을 하지 않겠다는거다. 그러니 간단히 말해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뭐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