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nottome 2008. 7. 26. 05:43

 내가 무지 좋아하는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한자 아줌마의 말처럼, 세상 어느 누가 자기 인생이 맘에 들겠냐마는, 나는 그래도 내 인생이 싫다. 물론 가끔씩 내 인생도 누구 하나 부럽지 않을 만큼 반짝반짝 빛나 보일 때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정말로 가끔씩, 것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것일 뿐 내 인생 자체는 지극히 구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오늘처럼, 나보다 훨씬 잘난 이의 삶을 본의 아니게 엿보았을 때는 스스로에 대한 연민과 혐오가 심해진다. 그 '잘남'이, 그의 노력에 따라 얻어진 것이 아닌 태어날 때부터 양손 가득 쥐고 있었던 것이라는 사실. 그럴 땐 세상을 원망하고 스스로를 애써 다독이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어 괜시리 이 분한 마음을 풀 곳을 찾게 된다. 5년전만 해도 스스로의 능력으로 어찌 한번 바꾸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야망으로 가득찼었지만, 결국 그 바꿀 수 있는 정도라는게 내가 죽어라 노력해도 그들이 맘만 먹으면 이룰 수 있는 것들에 발끝만치도 못 따라간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더 이상 야망도, 꿈도 의미가 없었다. (나이도 어린 주제에.. 너무 일찍 포기했군 -.-)

 이런 생각들 끝에 결론은 늘, 그래도 나에게 주어진 상황 내에서 최선을 다했어야 되지 않냐고 스스로를 질책하는 것에서 끝이 난다.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내 온 능력을 쏟아서 미래를 바꾸어 볼 노력을 하기는 했었냐고. 그저 내가 이루지 못한 것들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에 책임을 물음으로써 마음의 짐을 덜려고 했던 게 아닐까. 사실 말로는 '이제 꿈은 없다'고 했으나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는 세상을 갖고 싶은 욕심이 남아있다. 스스로는 마치 인생 다 산 것마냥 말을 하지만, 아직 3분의 1도 살지 못 했는걸. 이제껏 내 인생이 어땠든, 앞으로도 꼭 그러리란 법은 없잖아. 쓸데없이 높은 자존심, 딴 데서 챙기지 말고 내 인생을 그럴듯하게 만드는 데 써보면 좋을 것 같지 않냐고, 나에게 물어본다.